[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전자가 전일 예상보다 양호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일부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해 ‘뒷북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도 대다수 증권사가 실제치와 큰 차이를 보이는 등 국내 증권사 리서치 역량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사기./사진=뉴시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삼성전자의 실적발표이후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날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5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하자마자 기존 150만원의 목표주가를 160만원으로 서둘러 올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나왔음에도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실적발표 전 이미 목표주가를 많이 올려놨기 때문이다. 지난달 현대증권이 140만원에서 155만원으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했고 동부증권도 135만원에서 145만원으로 올렸다.

IBK투자증권 역시 147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상향된 금액을 제시했다. 아이엠투자증권도 128만원에서 160만원으로 25%나 늘렸다. 신한금융투자와 HMC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전 목표주가를 기존 140만원에서 각각 160만원, 155만원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비슷하게 맞춘 곳은 IBK투자증권,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소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6곳에 그쳤다. 실제 실적 발표 전 증권사의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조7000억원 수준으로 실제 발표치와는 5000억원 정도나 차이가 난다.

때문에 실적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아 몸을 사리면서도 매수를 유도하기 위해 목표주가는 높게 유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의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이다. 지난해 이맘때 9조원 중반대의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을 전망했다가 삼성전자가 8조3100억원의 ‘어닝쇼크’를 기록한 점도 증권사의 보수적 실적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은성민 메리츠종금 리서치센터장은 “목표주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시하는 것이어서 단순히 현재 주가와 괴리율이 높다고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난해 무분별하게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200만원을 제시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 목표주가 수준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은 센터장은 “애널리스트에게는 실적보다 주가를 맞추는 게 더욱 중요한 임무”라며 “다만 실적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탐방 등 좀 더 부지런히 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갈수록 애널리스트가 기업의 실적을 추정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예전보다 기업과 애널리스트 간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있는데다 관련 규정도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정확히 예측한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제시하는 정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계 증권사처럼 경쟁사나 해외업체, 산업동향 등을 참고해서 종합적으로 실적을 추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2013년 CJ E&M의 실적 유출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이 애널리스트에 대한 정보공개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애플은 매출 등 실적 테이터를 자세히 뿌리지만 삼성전자는 그렇지 않다. 일부 기업은 CJ E&M 사건이후 ‘영업비밀’이라며 실적 관련 정보 공개를 더욱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