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자산어보'가 두 남자의 우정과 인생을 담은 수묵화로 근대사의 변곡점을 고스란히 전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영화 '자산어보'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참석했다.


   
▲ 영화 '자산어보'의 배우 설경구, 변요한과 이준익 감독. /사진=영화인 제공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이준익 감독이 '동주'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흑백영화다. 신분과 나이의 차이를 뛰어넘어 진정한 벗의 우정을 나누는 정약전과 창대의 교감부터 조선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가 탄생한 아름다운 흑산도 바다의 풍경까지, 수묵화 같은 흑백의 묵직한 힘으로 이야기를 그리며 또 한 번 특별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흑백영화로 제작한 '동주'와 '자산어보'의 차이점을 묻는 말에 "'동주'의 경우 일제강점기이고, 28살에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젊은이의 이야기다. 그래서 밝게 영화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어둠을 깊이 다루려고 노력했고, 젊은이의 가슴에 있는 청춘의 모습은 어둡지만 싱싱하게 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산어보'의 경우에는 '흑'보다는 '백'이 장면을 많이 차지한다. 삶은 그래도 재미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백'을 더 살리게 됐다"면서 "저는 영화가 흑백으로 안 느껴진다. 오히려 컬러보다 색이 가득 차 있는 자산의 색 같다"고 '자산어보'의 풍부한 이야기색을 자랑했다.


   
▲ 영화 '자산어보'의 배우 설경구, 변요한과 이준익 감독. /사진=영화인 제공


'자산어보'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설경구, 변요한의 뜨거운 시너지로 기대감을 높인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학자이자 자산어보를 집필한 정약전을 연기한 설경구는 "이번 작품은 촬영장인 섬에서 감독님, 스태프들과 '잘 놀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사극이 처음인데 감독님께서 잘 어울린다며 용기를 주셔서, 그 말을 믿고 연기했다. 모든 걸 믿었다"고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정약전과 함께 참된 배움과 우정을 나누며 자산어보를 완성하는 흑산도 청년 창대를 맡은 변요한은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난 뒤 감정이 벅차오른 듯 쉽게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서툴지만 진실되게 연기하려 노력했다"며 눈물을 쏟은 그는 "예전 같았으면 눈물을 참았을 텐데,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울고 싶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자산어보'는 정약전과 창대의 삶을 따라가며 자연스레 근대사를 관통한다. 이준익 감독은 "근대사를 다룰 때 궁극적으로 '근대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커다란 사건, 정치, 전쟁사로 그 시대를 규정한다는 건 그 자체로 오류라고 판단했다. '그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개인에게서 찾는 것이다. 그 시대를 겪었던 개인들을 찾아내다 보면 집단이 가진 근대성의 씨앗들이 크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흑백 미장센, 충무로를 대표하는 명품 배우 설경구, 변요한의 완벽한 연기 호흡이 더해진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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