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의 오류 증거 모델…가난한 사람 부자 만드는게 자본주의
   
▲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본 소득격차

1. 소득격차론의 현황

자본주의 체제는 소득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고 그래서 재분배, 과세 또는 규제를 통해서 그런 격차를 교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다.

그런 소득격차론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한 사람의 소득 증가는 타인을 희생시킨 결과라는 믿음이다. 이는 석기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인데 노동가치론을 기반으로 하여 그런 믿음을 이론화한 게 마르크스주의이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 재주 상속 자본과 같은 자원을 갖지 못한 사람은 늘 가난하고 그걸 가진 자는 항상 부자가 되는 등, 가난과 부의 세습현상, 즉 ‘빈익빈 부익부’를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선천적 능력 재주 상속 등과 같이 소득의 상당부분은 받아 마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는 그런 소득을 허용한다는 윤리적 문제이다

그런 소득격차론의 핵심내용은 자본주의는 능력 재주 등 개인이 가진 자원에 좌우되어 부의 격차를 무제한 허용하는 사회체제이기에 윤리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전적으로 틀렸다. 이 글의 핵심내용을 요약하면, 첫째로 자본주의 원동력은 기업가정신과 경쟁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논리는 이들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

그 원동력을 고려한다면 둘째로 기존의 부자를 추격하거나 추월하려는 기업가적 과정을 통해서 부의 격차를 끊임없이 견제하여 분배를 개선하는 과정이 시장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셋째로 추격과 추월의 원동력으로서 기업가정신은 재산수준이나 정규교육과도 독립적이다. 이런 재산이 없거나 교육받지 못한 빈곤한 무산자를 부자로 만드는 게 기업가 정신이라는 점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 8일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소득격차에 대한 편견을 허문다>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2. 기업가정신을 무시한 소득격차론

소득격차론의 치명적인 결함은 무엇인가? 그런 불평등론을 검토하면 한 사람의 소득 증가는 타인을 희생시킨 결과라는 믿음은 기업가 정신이 없는 폐쇄된 석기시대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능력 재산 자본 상속 등 주어진 자원을 많이 가질수록 부자가 되고 그걸 적게 가질수록 가난하다는 양극화론도 소득은 기업가 정신과 독립적으로 자원소유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결정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득의 상당부분은 불로소득이라는 의미에서 받아 마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는 그런 소득을 허용한다는 비판은 노동가치론에 기초한 마르크스의 착취론, 선천적 능력과 재주 상속재산과 같은 노력 없이 받는 자원을 통한 소득 형성은 불로소득이라는 비판도 생산을 주도하고 이윤기회를 포착하는 기업가 정신을 무시한 논리다.

석기시대의 정신과 소득격차

한 사람의 소득증가는 타인을 희생시킨 결과라는 믿음이 타당한가? 그런 믿음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런 믿음은 세대를 넘어 유전된 것, 원시부족의 정신 태도라는 하이에크의 주장을 정밀하게 이론화한 진화심리학이 또렷하게 말해준다.

인류의 본능과 심리구조를 형성하던 환경은 제로섬 사회였다. 소규모의 그룹을 지어 수렵채취로 살아가던 원시인들은 주어진 것으로부터 얻었다. 한 사람이 더 가지면 다른 사람이 적게 갖는 척박한 삶이었다. 열매도 어느 한사람이 많이 따 가면 나머지 사람들이 따 갈 게 줄어든다. 생산이란 개념이 없었다.

따라서 가진 것의 격차는 용서할 수 없었다. 이윤을 챙기는 것은 훔치거나 빼앗고 기만하는 결과로 이해했다. 부의 축적은 착취나 권력의 남용에 기인한 것이라는 믿음도 그런 본능의 소산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소득증가는 타인을 희생시킨 결과라는 주장은 현대인의 본능에 남아 있는 석기시대의 정신구조를 가지고 현대사회를 평가한 결과이다.

주목할 것은 석기시대의 정신에게는 경쟁 기업가정신은 생소한 개념이고 따라서 그런 석기시대 정신으로는 열린사회의 소득형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족사회의 정신구조를 가지고 소득의 불평등을 비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는 ‘자연인’에게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소유와 양극화론

신고전파 균형이론, 승자독식론 마태효과 슘페터 효과 등 양극화론의 핵심은 소득분배를 결정하는 요인이 노동 자본 원료 유산 능력 재주 등, 자산소유이다. 투입요소로서 자원(노동 자본 원료), 생산방법, 생산할 재화도 주어져 있다.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 더 부자가 된다. 그런 사람은 양질의 교육도 많이 받을 수 있다. 가진 자에게는 부의 축적은 한정이 없다. 그러나 갖지 못한 빈자는 교육을 받기도 어렵고 기술습득도 쉽지 않다.

가수 패션모델 배우 운동선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능력의 작은 격차가 소득의 큰 격차를 초래한다는 프랭크(R. H. Frank) 등의 승자독식은 부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인을 능력과 같은 자원을 든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도 재산소유가 부의 무한정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자산소유에 따른 양극화론과 한통속이다.

불로소득과 기업가 정신

노동 자본 원료 유산 능력 재주 등 자산소유와 관련된 소득불평등에서 흥미로운 건 그런 자원만 가지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소득이 생겨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소득을 위해서는 그런 자원의 용도와 이용의 발견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그 발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기업가 정신이다.

생산 그 자체의 유용성을 발견하고 생산을 발기하는 기업가 정신을 무시하기 때문에 기업가 이윤을 착취로 이해한 게 노동가치론에 기초한 마르크스이다.

자연에 노동을 혼합한 결과라는 로크의 재산권론도 노동을 가미하기 전에 노동을 투입하는 게 유익한가를 발견하는 과정을 무시한 것이다. 토지소유가 자동적으로 소득이 생겨난다는 헨리 조지의 토지론, 자본은 스스로 증식된다는 토마 피케티의 자본론 등도 토지의 이용과 자본의 유익한 용도를 발견하는 기업가 정신을 무시한 결과이다.

타고난 재주 출신배경에 의해 형성된 소득 재산의 개인소유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정하면서 자본주의 불평등을 개탄했던 인물이 존 롤스의 사상도 기업가 정신을 무시한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가적 발견이 소득을 가질 자격을 윤리적으로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발견자가 소유자라는 원칙(finders-keepers rule)이 생겨난 이유이다, 노임 이윤 자본소득 토지소득 등 모든 소득은 기업가적 발견의 결과이고 그래서 불로소득이라는 게 없다.

   
▲ 8일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소득격차에 대한 편견을 허문다> 토론회의 전경 

3. 부의 격차를 견제하는 기업가정신

기업가정신이란 타인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이윤기회의 포착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인지가 동일한 소규모 원시사회에선 의미가 없다. 호모 사피엔스의 뿌리를 형성했던 ‘진화적 적응환경’에서는 기업가정신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

기업가정신은 원시부족사회 공동체사회에서 근대적인 사회로 넘어오면서 새로이 등장한 인간적 요소이다. 그것은 이기심, 경쟁과 함께 문화적 진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이 시장경제의 추진력이고 소득의 형성과 그리고 소득의 윤리적 정당성을 말해준다. 이런 기업가 정신을 고려한다면 소득격차와 관련하여 어떤 인식을 얻을 수 있는가?

진화적인 시장경제의 구성 원리는 경쟁이다. 경쟁과정은 부의 추격과정이면서 추월과정의 상호작용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개인들의 부를 무한정으로 축적하는 과정이 아니라 부의 축적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과정이라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한 기업가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여 수요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하는 등 새로운 이윤기회를 발견한다면 그런 기업가의 혁신으로 그는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그런 성공으로 실패한 경쟁자들의 부를 파괴한다. 그 결과 시장의 분배격차는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가의 부의 축적은 무한정으로 지속될 수 없다. 기존의 실패한 경쟁자들 또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전열을 갖추어 경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쟁자들이 대체상품을 개발하거나 생산비용을 낮추는 기술개발을 통해서 싼 값으로 공급하면 원래의 혁신기업가의 삶이 더 이상 쉽지가 않다. 그의 기업가치가 줄어든다.

이와 같이 시장에서 모든 기업들은 그런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의 부자도 늘 경쟁자들의 혁신경쟁과 모방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성공한 기업가는 그 혁신과 모방으로 부를 축적한다. 그 결과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 혁신과 모방을 통해서 성공한 기업은 원래의 부자의 부를 추격하여 부의 격차가 줄어든다.

그런 혁신과 혁신의 추격과정이 의미하는 바는 시장은 장기적으로 분배의 심화를 억제하는 힘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런 추격과정은 커츠너의 이윤의 사회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점진적으로 그 새로운 지식들이 확산되어 사회의 대부분이 이용할 수 있다. 성장하는 경제는 분배와 충돌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두 번째는 혁신과 모방을 통해서 원래의 부자의 부를 추월하여 부의 순위를 하락시켜 그 창업자는 새로운 부자가 된다. 추월과정이 의미하는 바는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과학이 큰 과학에 손을 든다는 머튼의 ‘마태효과“ 또는 대기업은 기술혁신의 산실이고 그래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될 수 없다는 슘페터의 주장도 옳지 않다. 음악의 장르들이 다양하여 서로 경쟁하기에 승자독식이라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

추격과정 추월과정은 부의 축적은 무한정이 아니라 시장의 경쟁을 통해서 견제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시장은 무한정으로 부의 축적을 허용하는 게 시장이 아니다. 부의 축적을 견제하는 게 시장이라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배우지 못했어도 거부가 된 자수성가들이 아주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굴의 기업가정신으로 현대그룹을 일으켜 세운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이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 제공) 

4. 빈자를 부자로 만드는 기업가정신

기업가정신은 유익한 기회, 새로운 지식의 발견이라고 한다면 부자가 이윤 기회를 실현하는데 이점이 있는가? 부자, 즉 가진 자가 빈자, 즉 갖지 않은 자보다 부의 축적에서 유리한가? 이윤 기회를 발견할 능력개발을 위해서는 교육도 필요한 게 아닌가? 그렇다면 재산도 없고 양질의 교육받을 돈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기는 이미 틀린 게 아닌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건 세 가지이다 커즈너의 생각, 미제스의 생각 최영백의 생각이다

(1) 커즈너 : 기업가정신은 재산 소유와 아무 관련이 없다. 물론 그 기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불가분 자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렴한 필요자원을 발견하는 것 그 자체도 기업가정신의 소관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 같은 자원 소유가 기업가정신의 전제조건일 수 없다.

(2) 미제스는 기업가정신에는 교육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가는 시장에서 사고파는 생산요소로서 경영과도 관련이 없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건 단지 날카로운 비판 예측 판단 직관이다. 이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이와 같이 기업가정신은 자금이나 교육을 전제한 것이 아니기에 돈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이동성, 즉 가난한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것도 기업가정신 때문이다. 무산자 프롤레타리아도 부자가 될 있고 또한 현재의 부자가 부를 축적하는데 필연적인 이점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배우지 못했어도 거부가 된 자수성가들이 아주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관련 전문기관이 시대를 대표하는 세계 각국 100명의 빌리어네어를 분석했더니 이 가운데 자수성가한 인물은 73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아주 가난한 집 출신에 대학도 나오지 않은 ‘고도 자수성가형’ 부호는 총 8명이었다.

(3) 최영백은 현재의 부자가 기업가정신에서 큰 이점이 없다는 걸 인지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특정의 사업방식으로 성공했으면 그들은 그런 일반적인 방식에서 이탈하려고 하지 않는 보수적 성향이 있다는 게 최영백의 인식이다. 그래서 유익한 기회를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실패한 사람 덜 성공적인 사람은 다양한 접근법들을 찾아서 실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최영백의 주장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 되는 사회적 이동성이 큰 게 자본주의의 특성이다. 자본은 빈익빈 부익부의 원흉이라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돈이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되도록 하는 기업가 정신을 고려하지 못했기에 쓸모없는 책이 되었다.

더구나 기업가 정신은 한편으로는 부를 창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자들의 부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의 축적이 무한정이라는 토마 피케티의 주장은 틀렸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8일 주최한 <소득격차에 대한 편견을 허문다> 토론회에서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발표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