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경고를 실행…4월15일 김일성 생일 기한 높은 수위 도발도 예상”
“트럼프 묵인 2019~2020년 16차례 발사 신형단거리 3종세트 개발 일환일 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북한의 ‘무력시위’의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서해상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담화 발표로 나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경고 내용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지만 3개월 이상 이어지던 긴 침묵을 깬 대외 메시지이기도 했던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남한에 대해 “임기 말기에 들어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할 것”이라고 했고, 미국에 대해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 

특히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해당하는 것으로 원칙에 입각한 외교정책을 펼치는 바이든 정부가 강경 기조로 대북정책을 시작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부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징조는 아닌 것으로 보고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실제로 바이든 정부로선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분명하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 2월 중순 대북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한 일도 있다. 바이든 정부로선 무력시위에 나선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쓸지, 묵인할지 기로에 선 셈이다.

사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수차례 발사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서만 견제했고, 단거리미사일에 대해선 묵인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뉴스1 조 바이든 당선인 트위터

따라서 앞서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한 2+2 외교·국방장관회담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중국과 북한을 압박했던 바이든 정부가 ‘제재’라는 추가적인 회초리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만약 바이든 정부가 이번에 묵인하더라도 북한이 도발을 중단할 것이란 보장이 없고, 제재로 맞선다면 북미 간 대화 재개는 더욱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배경과 관련해선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귀착되고 있다고 이미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국가방위력 강화를 위한 신무기 개발과 무장력 현대화를 해나가는 일환일 뿐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바이든 정부의 강경 정책을 감지한 북한이 익숙한 도발을 통한 긴장의 극대화와 이후 극적 반전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정형화된 행태를 시작하고 있다는 견해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순항미사일 이후 탄도미사일의 연속 발사는 북한이 도발 수순으로 들어섰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한 보다 높은 강도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 시대의 북미관계’로 돌아갈 것인지 새로운 선대선 관계를 모색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며 “만약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새로운 제재를 채택하면 북한은 대북적대시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신형무기 시험발사 등을 통해서 미국과 강대강 대결구도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2019년과 2020년부터 진행했던 무장력 현대화를 위해 일명 ‘신형 단거리 3종 세트 개발’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2019년과 2020년에만 이 3종 세트를 16차례나 발사했다. 이번에도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보다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이나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은 명백하게 제재 위반이기도 하고, 북한도 2018년 4월 ICBM 시험발사 중단 모라토리움을 선언한지라 자신들이 먼저 판을 깼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면서 “어쩌면 트럼프 시기 이미 용인된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본다. 김 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계획한 국가방위력 강화를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리 차원에서 여러 가지 대응이 가능하다”면서도 “과거의 경우를 봤을 때 단거리미사일로 결의나 제재를 간적은 없어서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크지 않아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이어 최선희 외무성 1부상 담화를 통해 북한이 미국에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만큼 이번 미국의 대응에 따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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