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 심화, 공급부족에 불확실성 증폭
삼성·현대차, 신성장 사업에 영향…전략적 대응·지원 필요성↑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두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신성장 사업의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 결정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 심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시장의 변화에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방위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근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인텔의 참전이 최대 화두다. 선두인 대만 TSMC를 삼성전자가 추격하는 상황에서 인텔이 가세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최근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맞물려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했다.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미국을 반도체 중심 국가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업계는 인텔의 반도체 설계 역량과 자금력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은 미세 공정 등에서 삼성전자와 TSMC가 앞서고 있지만 인텔이 본격적으로 파운드리에 집중하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항후 파운드리 시장은 삼성전자-TSMC-인텔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협업이 강화된 경우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의 수주 물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 계획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이슈”라며 “그러나 미세 공정 기술과 생태계, 패키징 기술에서 삼성전자가 인텔에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더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현대자동차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첫 모델 아이오닉5의 다음달 생산을 당초보다 줄이기로 했다. 차량에 사용되는 구동모터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겹치면서 이 같은 비상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 속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미국의 기록적인 정전 사태로 NXP, 인피니언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들이 라인 가동을 멈추면서 더욱 악화됐다. 여기에 최근 차량용 반도체 세계 3위 제조업체인 일본의 르네사스가 화재로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업계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기업들이 핵심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3차 충격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제조업 부문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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