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EV6가 크지만 실내공간은 아이오닉 5 우위
라인업 구성은 GT, GT라인 모델 갖춘 EV6 우위
추가 라인업 등장 가능성…전기차 시장 저변확대 기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가 글로벌 첫 공개와 함께 사전예약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과 한판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EV6와 아이오닉 5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다만 EV6가 7월 국내 출시 이후 라인업 완성은 내년이 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EV6 GT가 세계적인 수퍼카들과 드레그 레이싱을 벌이는 장면. /사진=EV6 온라인 프리뷰 영상 캡처


지난 30일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EV6 디지털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행사에서 EV6의 올해 판매목표를 글로벌 3만대, 국내 1만3000대로 제시했다.

이는 EV6가 올해 7월 이후 스탠다드 모델과 롱 레인지 모델에 한해 한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지에 순차적으로 출시되는 관계로 생산 물량이나 판매 기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물량이다.

GT라인과 GT까지 풀 라인업이 갖춰지고 연초부터 판매가 가능한 내년부터는 국내 3만대, 유럽 4만대, 미국 2만대, 기타 1만대 등 전세계 시장에서 1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올해 판매목표인 국내 2만6500대 등 총 7만대를 앞서는 물량이다. 당장 EV6의 올해 국내 판매목표만 감안해도 두 차종을 합하면 정부의 전기 승용차 보급 목표인 7만5000대 중 4만대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의 보급 목표는 보조금 지급 대수를 의미하며,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인 6000만원 미만 가격의 전기차 시장 규모가 사실상 7만5000대 규모로 형성되는 셈이다.

지난달 25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아이오닉 5의 경우 첫 날 연간 목표에 육박하는 2만3760대의 예약이 몰렸고 이후 일주일간 3만5000대를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V6도 비슷한 반응을 얻는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두 차종이 양분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V6와 아이오닉 5는 공통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장착한 기아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하지만 차의 성향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차의 특성에 맞게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도 있고,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 탑재량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EV6의 트림만 봐도 GT모델과 일반모델은 큰 차이를 보인다.

또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EV6와 아이오닉 5에 대한 호불호도 갈릴 수 있다. 디자인부터 내부 구조, 성능, 트림 구성까지 두 차종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지만 결과물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EV6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은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한 기아 최초의 전용 전기차다.

   
▲ EV6 스탠다드(왼쪽), GT라인, GT의 디자인 차이. /사진=EV6 디지털 월드프리미어 온라인 영상 캡처


상호 대비적인 개념을 결합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의미의 '오퍼짓 유나이티드'의 철학에 걸맞게 EV6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타일의 5도어 차량이면서도 전고가 낮고 날렵한 스포츠 쿠페의 특성을 지녔다.

고성능 GT모델 등장까지 염두해둔 해치백 스타일의 GT카 형태를 띄고 후드의 볼륨을 줄이고 전고를 낮추는 등 날렵한 디자인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측면에서 굳이 전기차임을 드러내지 않는 이질감 없는 외양도 EV6의 특징이다. 

반면, 아이오닉 5는 외관 디자인부터 전기차라는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현재의 모습을 미리 반영한 콘셉트카 '45'시절부터 전기차에 특화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간결하면서도 과감한 직선형 디자인에 앞뒤 바퀴를 차체 양 끝에 붙여놓고 휠베이스(축거)를 최대화한 구조는 영화에 나오는 미래자동차에서 봄직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차이는 전기차 소비자들 중에서도 취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두 종류의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전기차 오너임에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얼리어답터 성향의 소비자에게는 아이오닉 5가 적합할 수 있다. 반면, 전기차에 대한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EV6가 더 인기를 끌것으로 예상된다. 

◇E-GMP 장점 극대화 아이오닉 5 vs 디자인과 타협한 EV6

실내 공간에서는 아이오닉 5가 좀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외형적으로는 EV6가 더 크지만 아이오닉5는 배터리가 바닥에 깔린 E-GMP의 장점을 최대화한 반면, EV6는 디자인적 측면을 고려해 실내공간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EV6는 중형 SUV에 필적하는 전장 4680mm, 전폭 1880mm의 당당한 체구를 갖췄다. 내년 출시되는 고성능 모델 GT와 GT 라인의 경우 전장이 4695mm로 더 길고 전폭도 1890mm로 더 넓다.

아이오닉 5는 이보다 좀 작다. 전폭은 1890mm로 EV6와 비슷하지만, 전장은 4635mm로 좀 더 짧다. 그럼에도 실내 공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는 아이오닉5가 3000mm로 EV6(2900mm)보다 더 길다.

디자인적으로 긴 후드로 인해 전륜 오버행이 늘어난 EV6와 달리 아이오닉5는 앞뒤 바퀴를 차체 양 끝에 붙이고 실내 공간 확보에 목표를 둔 디자인을 갖췄기 때문이다. 

또 아이오닉 5는 CUV이면서도 1605mm의 높은 전고를 갖춘 반면, EV6는 SUV와 비슷한 형태이면서도 전고가 상대적으로 낮은 1550mm다. 실내공간 측면에서 아이오닉 5가 유리한 제원을 갖췄다.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사진=미디어펜


◇본격적인 라인업 갖춘 내년 본격경쟁 기대

선택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현시점에서 단연 EV6가 우위다. 송호성 사장도 EV6의 아이오닉 5 대비 가장 큰 강점으로 이 점을 꼽았다.

아이오닉 5는 기본형 스탠다드 모델과 주행거리 강화형 롱 레인지 모델만 판매하지만, EV6는 올 하반기 스탠다드 및 롱 레인지 모델 출시에 이어 내년부터는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과 GT 라인까지 추가한다.

하지만 아이오닉5 역시 내년에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쟁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의 고성능 N브랜드모델로 등장할 수 도 있고 새로운 고성능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올해는 시장을 탐색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V6 GT는 430kW급 듀얼모터를 적용해 최고출력 584마력과 최대토크 740Nm(75.5kgf·m)의 동력성능으로 슈퍼카 급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5초에 불과하고 최고속도는 260km/h로 제한된다. 이는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다.

이같은 퍼포먼스는 전기 슈퍼카를 제작하는 리막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쌓아온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이를 활용해 현대차그룹 산하의 자동차 브랜드 3사가 앞으로 출시할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파격적인 모델이 등장하며 자동차 시자의 페러다임 전환 속도를 높였다"며 "저변확대가 가능한 모델이 등장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를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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