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일국이 7년 전 자신의 매니저 채용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시작은 송일국의 아내인 정승연 판사의 페이스북 내용이었다. 송일국이 자신의 매니저를 국회 보좌관으로 등록해 세금으로 월급을 지급했다는 루머가 퍼지자 정 판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는 정 판사의 지인인 임윤선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면서 확산됐다. 문어발식으로 퍼져나간 정 판사의 글에 네티즌은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특히 내용을 떠나 그녀가 사용한 거친 표현법에 문제 삼는 이들이 많았다.

임 변호사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삼둥이 관련 소식이 등장할 때마다 ‘송일국이 매니저를 국회 보좌간으로 거짓등록해 세금으로 월급을 준 사실이 있다’는 내용이 유포되는 것을 봐왔다”며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몇해 전 해명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식까지 싸잡아 허위사실을 퍼트린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픈 마음이었다. 언지(정승연 판사)도 워낙 화가 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말투가 문제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며 “흥분한 상태에서 친구들에게 쓴 격한 표현 하나로 사람을 매도하지 않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확산되자 이번에는 송일국이 나섰다. 그는 사과문에서 “모든 발단은 저로부터 시작됐기에 제가 사과드리는 것이 옳다”며 “아내가 문제가 된 글을 보고 흥분한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글을 쓰다보니 이런 잘못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송일국은 7년 전 소속사 없이 활동하던 중 매니저가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바람에 해당 인턴을 채용하게 됐다. 그는 “인턴이기에 겸직도 가능했고, 별도의 급여를 지급하면 문제가 안 될 것이며,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란 안이한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이미 7년 전에 있었던 일이며, 시사프로그램에서도 혐의가 없다고 밝혀진 바 있다. 현직 판사와 변호사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 없다’고 밝혔음에도 왜 대중은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걸까.

미디어비평 전문가들은 이같은 네티즌들의 움직임을 올 들어 최대 이슈인 ‘갑질논란’으로 해석하고 있다. 불법적인 일은 없었으나 비상식적 행동을 했고, 그것을 해명하는 자세가 고압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내가 사과받고 해명을 들어야 하는 입장인데 상황이 역전됐다’고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어느새 연예인과 공인은 어떤 문제에 닥쳐서도 사과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의 어떤 소식이 알려지든 과거 잘못과 논란에 대한 악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미 잘 해결된 것으로 알려진 7년 전 사건도 별다른 이유 없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만큼 대중은 헐뜯기에 익숙해졌다.

   
▲ 배우 송일국이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홀에서 열린 연극 '나는 너다' 리허설에서 세쌍둥이 대한·민국·만세와 연장공연에 대한 감사와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상처는 고스란히 루머의 대상에게 전가된다. 연예인이 아닌 정 판사에게 이유없이 맞아야 하는 뭇매는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임 변호사 입장에서는 그런 친구를 보기에 안쓰러웠을 것이다. 극소수의 악플러들은 갑이된 듯 소수를 공격하고, 당연히(?)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반발하는 것에 분노한 셈이다. 백화점 VIP 모녀와 다를 바 없다.

댓글에 대한, 그리고 SNS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등장한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공격할 때 뒤따르는 쾌감과 우월감에 만족해하는 일부 악플러의 갑질은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맨얼굴이다. 수많은 연예인과 공인이 악플에 상처받고 최악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언론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데 부끄러움을 느낀다.

지난해 11월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는 자신의 트위터에 “제가 죽었으면 좋겠군요”라는 답글을 달았다. 한 유저가 보낸 “재수 없는 인간아. 교통사고 나서 죽어버렸음”, “연예계에서 추방돼라. 교통사고 나서 죽어버려”라는 글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정말 수지가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었을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진짜 맞아죽을 수 있다는걸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간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