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미중 전략경쟁 장기화‧북 핵 역량 강화 상수”
“미, ‘쿼드 플러스’에 동북아 중거리미사일 배치 추진 전망…중대 기로”
“바이든, 동맹 결집에 '인권-민주주의'로 명분 강화하지만 효과 미지수”
“문재인정부엔 북 대항성 인정 공존 추진‧‘결미연중 플러스’ 인식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중 관계는 1979년 수교 이후 40여년간 이어져온 전략적 협력 관계에서 벗어난지 오래됐고,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무역·기술·금융·군비 경쟁은 물론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가치전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미중 간 전략경쟁’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지정학적 숙명’을 안은 한국은 양측으로부터 줄서기 압박을 받는 형국에 빠졌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2020년 말부터 시작된 미중 간 경쟁 구도인 ‘신냉전’ 시대를 맞아 한국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앞으로 5년 안에 우리의 수십년을 좌우할 수 있는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분간 한반도 주변 정세에서 미중 간 전략경쟁 심화, 북한의 핵 역량 강화는 상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그는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쿼드 플러스’ 가입은 물론 중거리미사일 배치가 한국의 숙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만약 한반도에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이는 사실상 미국의 인도·태평양지역 미사일 방어체계에 편입되는 것으로 중국 입장에서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한반도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성능 개량 3단계 중 1단계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드와 신형 패트리어트로 북한 미사일 요격시험에 착수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0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올해 안 주한미군의 사드 3단계 성능 개량을 강력 시사한 바 있다. 우리는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방한해 ‘모든 관련국들의 군비경쟁 축소’를 언급한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사드 업그레이드에도 강력 반발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한반도 정세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문재인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지난 18~19일 알래스카에서 미국과 중국은 고위급 2+2회담을 열어 격돌했다. 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외교‧국방 2+2회의를 열어 동맹 규합에 나섰다. 또 오는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한‧미‧일 안보실장협의가 열리고, 3일 중국 샤먼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린다. 한국의 두 외교수장이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각각 상대하게 된 것이다.

   
▲ (왼쪽부터)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의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미·중 간 ‘신냉전’에 대해 “군사 충돌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 과거 냉전시대와 분명 다르지만, 정치·외교·안보와 이념에서 제로섬 게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심지어 미·중 신냉전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통합된 경제체제 운용 상황을 다시 자국 중심으로 분절화된 가치사슬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고, 특히 4차산업과 관련해 핵심 산업의 경우 탈동조화‧단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난 알래스카 미중 전략대화는 1차 세계대전 직전의 분위기를 연상시켰다”고 평가했다. “1차 대전 직전 유럽 강대국간 팽팽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의 열기 속에서도 설마 파국으로까지 가겠나 하는 낙관적인 정서가 존재하면서 서로 억제에 실패했다. 결국 의도치 않은 세계대전으로 갔던 것처럼 지금 미·중이 사실상 대단히 위험한 지경으로 가고 있는데도 감성의 정치에 매달린 채, 최악의 결과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미중 간 전략경쟁은 시기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에 본격화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현존하는 국제질서의 도전자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했고, 인도·태평양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019년 4월 9일 중앙당교 연설에서 “앞으로 세계는 100년만의 대변혁기를 맞을 것”이라며 “혼돈의 시대가 오겠지만 반면,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면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를 흽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미 행정부가 교체되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 대통령과 달리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이 당면한 도전들 즉, 양극화와 이로 인한 정치적 갈등 및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당초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태를 권위적으로 통제해 한계를 드러낸 것과 동시에 장점도 부각시켰다. 또 빠른 방역 성과로 2020년 3~4월 유럽과 교역을 활발히 벌였다. 여기에 미 금융가도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반중정책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과 일본 대신 중국에 오히려 투자를 강화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결국 시장의 힘이 전략을 이기는 상황으로 전개됐고, 2020년 들어 미·중 간 경제력 격차마저 줄어들면서 중국의 자신감은 높아져만 갔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획득한 7400만 표가 보여주듯이 현재 미국은 극심한 분열 상태에 빠져 있고, 바로 이런 상황과 그 배경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 전개 역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의 자신감이 반영됐던 특별국가라는 국제적 소명을 담지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의 대표 전형”이라며 “하지만 미국은 새로이 당면한 도전들 즉, 세계화의 결과인 양극화와 이로 인한 국내정치적 분열과 갈등, 미국의 상대적 국력 쇠퇴 상황에서 헤어나올 방도를 못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의 맹추격을 받았다. 자신감은 물론 리더십이 흔들리는 혼란기 속에서 공화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미국이 더이상 국제사회에 개입으로 비용을 지불해서는 안 되고, 국내 문제부터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이전의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대외정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했다.

   
▲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김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리더십 상실이 미국의 국익에 훨씬 큰 폐해를 갖고 온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크게 제한된 자원 속에서 리더십 회복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그룹 중 동부의 무역 및 금융기업, 서해안의 IT와 반도체 기업들, 그리고 버니 샌더스 등의 진보 진영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중국과 정면충돌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치로 삼아 가치전쟁으로 이끌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동맹 규합에 가장 큰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음에 비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미국은 트럼프 정부 때부터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변혁 및 군사적 대응 태세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조치를 계속해왔고, 이는 중국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접근금지-영역거부(A2AD·Anti Access Area Denial)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바이든 정부가 동북아 지역 가운데 중국을 견제하기에 가장 효과가 큰 한반도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예상되는 이유이다.
 
이번에 김 교수는 바이든 시대 한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북에 대해선 대항성을 인정하면서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 또 미중 전략경쟁에 대해선 ‘결미연중 플러스’를 구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포괄적·호혜적 동맹으로 강화하되 미국이 '대북 동맹'에서 '대중 동맹'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완곡히 거부되어야 한다”면서 “한·중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존중하고, 향후 중국이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에서 중요하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한국은 새 국제질서 형성에서 조급한 선택이나 편승 전략보다 서유럽의 강대국, 일본 등 다른 유사환경 국가들의 선례에 맞춰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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