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이도류'의 진수를 보여주며 만화 같은 활약을 펼쳤으나 동료들의 연이은 실책성 플레이와 부상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해피 엔딩을 놓쳤다.

오타니는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경기에 에인절스의 선발투수 겸 2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가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것은 1903년 잭 던리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 118년이었다.

단순히 투수 겸 타자로 동시 출장하는 진귀한 장면만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118년 전 던리비가 12피안타 7실점하고 무안타로 고전하며 무늬만 투타 겸업이었던 것과 오타니의 이날 활약은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 사진=LA 에인절스 홈페이지


오나티는 선발투수로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역투를 했고, 타자로는 선제 홈런까지 터뜨렸다. 아마추어도 아닌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그야말로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1회초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최고 구속 100마일(161km)짜리 패스트볼을 앞세워 볼넷 1개만 내주고 첫 이닝을 마무리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는 화이트삭스 선발투수 딜런 시스의 초구 97마일(156km) 빠른볼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7m 대형 솔로포를 쏘아올려 팀에 선제점을 안겼다.

만화에서 봐도 '뭐 이런 일이'라는 헛웃음이 나올 만한 장면을 현실로 만든 오타니였다.

이후 '투수' 오타니의 역투가 이어졌다. 2회초를 삼자범퇴로 간단히 끝냈고, 3회초는 1피안타 무실점으로 넘겼다. 4회초 볼넷 2개를 내주긴 했으나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며 역시 실점하지 않았다.

타석에서는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2회말 두번째 타석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정면으로 향했고, 4회말 2사 1, 3루의 추가 타점 찬스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에인절스는 1회말 2점, 4회말 1점을 뽑아 3-0으로 리드해 나갔다. 5회초 수비만 넘기면 오타니는 선발승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5회초 또 만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타니에게는 악몽같은 이닝이었다. 안타와 볼넷 2개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오타니는 화이트삭스 4번타자 요안 몬카다를 상대했는데 초구에 폭투를 범했다. 첫 실점을 하고 2, 3루 위기가 이어졌다. 그래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몬카다를 헛스윙 유도해 그대로 이닝을 끝내는 것처럼 보였다.

이 때 포수 맥스 스태시가 볼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고 뒤로 빠트렸다.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 상황이 되면서 3루 주자 이튼이 홈을 밟았고, 스태시가 1루로 던진 공이 악송구가 되면서 2루 주자 아브레유까지 홈으로 쇄도했다.

홈으로 다시 송구된 볼이 너무 높았고, 홈 커버를 들어갔던 오타니가 점프 캐치하는 과정에서 아브레유의 슬라이딩에 걸려 넘어졌다. 아브레유가 득점하면서 순식간에 3-3 동점이 됐다.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던 오타니는 다시 일어났지만, 더 이상 마운드를 지키지 못하고 교체돼 물러났다. 동점에서 5회를 못 채우고 물러나 오타니의 선발승은 날아갔고, 결승타가 될 수도 있었던 선제 홈런포도 빛을 잃었다.

오타니의 이날 '투수' 성적은 4⅔이닝 2피안타 5볼넷 7탈삼진 3실점. 볼넷이 많긴 했지만 안타는 2개밖에 맞지 않았고 삼진을 7개나 잡아냈다. 3실점 가운데 자책점은 1점뿐이었다. '타자'로서 성적은 3타수 1안타(홈런) 1타점 1득점.

오타니는 불행하게도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부상까지 당해 중도 교체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오타니가 큰 부상은 피했다는 것과, 에인절스가 결국 승리를 따냈다는 것이다.

검진 결과 오타니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고, 하루 뒤 재검진을 받아볼 예정이다.

에인절스는 5회말 자레드 월시의 솔로홈런으로 다시 4-3 리드를 잡았으나 9회초 또 수비 실책이 나오며 실점해 4-4 동점을 허용했다. 9회말 월시가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려 에인절스가 7-4로 극적인 경기에서 더욱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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