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간담회서 '금소법' 시행 이후 상황 언급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금투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지만 상호 견해차만 확인했다는 지적 속에 업계 불만은 오히려 커진 모양새다. 특히 금융위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벌어진 혼란에 대해 업계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로 발언한 점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금투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금융투자협회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지난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금융투자협회에서 금투업계 CEO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는 지난달 25일부터 시행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대한 업계의 여론을 살피고 당국과의 간극을 줄여보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나재철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장석훈 삼성증권·박정림 KB증권·정영채 NH투자증권·정일문 한국투자증권·이현 키움증권·고원종 DB금융투자·권희백 한화투자증권·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간담회 이후 오히려 여론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은 위원장의 발언이 오히려 업계와 당국의 시각차를 부각했을 뿐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현장에서 한층 강화된 ‘상품설명’ 의무와 관련된 은 위원장의 언급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최근 시행되고 있는 금융사 창구직원들의 상품 구두설명과 분쟁 대비용 녹취 등에 대해 “(금융사들이) 제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설명서를 빠짐없이 읽고 모든 절차를 녹취하면서 판매시간이 늘어나 ‘영혼 없는 설명’이나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등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소법은 상품 판매 이후 고객이 불완전판매를 주장했을 때 판매자가 입증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분쟁 대비 차원에서 회사들은 상품 설명을 비롯한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있고, 이로 인한 현장에서의 업무처리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불편이 다수 제기됐다. 오히려 금융사들이 제기해야 할 민원 사항을 금융위원장이 업계에 대한 ‘비판’ 내용으로 거론한 셈이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행 금소법상 설명을 건너뛰고 상품판매를 진행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최근 흥행하고 있는 뉴딜펀드 등의 경우도 상품 설명에만 1시간 넘게 걸리는 등 현장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금투업계 수장들은 금소법 시행에 있어서 ‘상품별‧채널별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금융위원장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서 “금융상품 중 저난이도 상품의 경우 개설하는 데 30분씩 걸리니 이런 것은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내달 10일부터 고난도상품의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이다. 손실이 원금의 20%를 초과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과 파생상품 등 고난도 상품을 판매할 경우 녹취는 물론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의 상황이 현재보다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가 역설적으로 당국과 현장의 ‘온도차’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면서 “금소법 시행 이후 불거진 혼란에 대해 모든 책임을 업계에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는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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