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필요…지자체로 권한 이양 등 산정 제도 개선 필요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이의신청이 쇄도하는 등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시가격 결정권을 이양하라는 요구까지 나왔지만, 정부는 형평성에 어긋나고 공시가격 산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공시가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시세반영 속도를 조정하거나 산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의 90%까지 높일 계획이다.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로 2018년(5.02%), 2019년(5.23%), 지난해(5.98%)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반발이 심해지는 것은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종부세 등 세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개선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며 가격공시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양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원 지사와 조 구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시가격 산정근거 공개 △현장조사 없는 공시가격 산정 중단과 전면 재조사 △부동산 가격공시 결정권의 지자체 이양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해당 지자체 내 오류 사례들을 공개했다. 제주도에서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 라인만 공시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사례들이 나왔다. 숙박 시설인데도 공동주택으로 평가돼 세금이 매겨지는 사례도 있었다. 서초구에서는 실거래가격보다 공시가격이 높은 사례와 같은 층·면적인데도 공시가격 상승률이 크게 차이나는 경우가 발견됐다. 

원 지사는 “부실한 현장조사로 세금 낭비를 그만하고 지역납세자 보호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에 공시제도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서초구와 제주도에서 붉어진 논란에 대해 하나하나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공시가격은 3단계 심사체계를 통해 면밀히 검증하고 감정평가사 등 외부전문가 검토까지 추가로 시행하는 만큼 선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초구에서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의 거래가격은 적정한 시세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오류 사례로 제시된 주택 면적이 다르기 때문에 평형별 수요에 따라 실제 시세도 다르게 형성되는 여건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제주도 숙박 시설에 대한 산정, 서초구에서 임대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더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국토부는 오는 29일 공시가격을 결정·공시할 때 공시가격 산정기초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다. 

해마다 공시가격을 두고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을 잘 아는 만큼 공시가격 관련 권한을 이양하는 조치를 시도해보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근본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조절하거나 로드맵 자체를 조정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제시된 지자체로의 권한 이양도 한정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사안이다”며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현시점에서는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지금보다 해당 지역의 현황과 적정선을 잘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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