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입니다’. 오늘날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한 가지 꼽는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똑같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모두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군의 종류를 확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아져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여기 동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독특한 전략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시장을 지배하는 '물건'들이 있어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이어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의 인기 비결은 오랜 기간 변함없는 맛과 영양을 유지해온 것을 꼽을 수 있지만, 바나나맛 우유 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용기 이미지도 자주 회자된다.

바나나맛우유는 통통하고 배불뚝이 모양의 독특한 용기모양을 하고 있다. 때문에 일명 ‘항아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 코드인 장독을 닮은 이 용기가 만들어지는 데는 철저한 기획과 전략이 원동력이었다는 후문이다.

   
▲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빙그레에 따르면 당시 우유 용기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기존 유리병, 비닐팩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폴리스티렌을 이용해 만든 이 용기다. 마실 때 부주의로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입구 부분에 턱을 만들고, 바나나의 노란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반투명으로 제작했다.

이후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용기의 외형을 디자인하면서 최종적으로 항아리 모양으로 결정했다. 내용물을 담기에 급급했던 당시 분위기에서 기능과 모양, 컬러, 한국적 정서까지 고려한 획기적인 포장 전략이었다.

언제부턴가 항아리 모양이 바나나맛우유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됐다. 제품 용기 디자인이 상표이자 브랜드가 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