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층수 등 규제 완화로 5년간 18.5만가구 공급 계획
[미디어펜=이동은 기자]민간 주도의 주택공급을 강조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건설업계에도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정비사업을 막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주택공급의 속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공공주도 공급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의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보궐선거 승리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오 시장은 우선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막혀있던 사업을 추진하고 빠르게 주택공급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박원순 전 시장은 고층 아파트가 조망권·일조권 등을 독점하고 자연경관과 부조화를 이룬다는 이유로 순수 주거용 건물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다. 또 주변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로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억제했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단지들의 재건축을 지연시켰다. 여기에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강력한 규제까지 겹치면서 재건축 사업은 더욱 위축됐다. 

오 시장이 내세운 것은 ‘스피드 주택공급’이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5층 룰’을 폐지하고 구역지정 기준 완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용적률 완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35층 규제는 서울시장이 만든 규제인 만큼 오 시장이 큰 반발 없이 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구역지정 기준을 완화하면 재개발정비구역에서 지정 해제된 지역들의 재지정이 기대되고, 용적률 및 층수규제를 완화하면 사업성이 올라가 조합이 설립된 기존 정비사업지들은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처럼 민영 주택시장에 활기가 돌아오면 건설사의 재건축·재개발 수주 기회들이 늘어나고 수익성 확대도 기대된다. 정비사업은 조합원들이 대부분 물량을 차지하고 있고 수요가 높아 미분양 리스크가 낮고 수익성이 높아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 지역 정비사업지는 조합원들로 입주 가구 대부분이 확보돼 있고, 일반 공급 물량을 청약하려는 수요층이 두텁기 때문에 공급 물량 증가는 대형 건설사들의 본업인 주택 부문 성장을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요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재건축 단지들이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의 ‘대장주’ 격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평당 1억원을 찍기도 했다. 압구정현대7차 전용면적 245㎡(80평)는 이달 초 80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0월(67억원)에 비해 13억원이나 뛰었다. 현대2차 전용 198㎡(63평)도 지난달 신고가인 63억원에 거래됐다. 이밖에도 여의도, 성수동 등 재건축 기대감 있는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주변 집값 폭등을 우려하고 있고,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오 시장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실거주 의무 요건 등 재건축 단지에 대한 주요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 시장이 중앙정부를 비롯해 여당 위주의 시의회에서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는 얻기 힘들고 관련 규제 완화가 속전속결로 처리될 가능성도 낮다”며 “내년 선거까지 바라보고 있을 오 시장이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민간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의 공약들을 꾸준히 추진한다면 부동산 시장은 그에 따른 기대심리가 반영되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하더라도 2차 안전진단, 재초환 등 권한 밖의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공사 물량이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보궐선거 이후에도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 추세가 지속된다면 참여 기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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