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입니다’. 오늘날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한 가지 꼽는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똑같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모두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군의 종류를 확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아져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여기 동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독특한 전략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시장을 지배하는 '물건'들이 있어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아이들은 바로 우리가 따라야 할 모델(Children are our role models)’.

전 세대를 걸쳐서 이처럼 사랑받은 장난감이 있을까. 레고는 덴마크어 ‘leg godt’에서 유래된 말로 ‘재미있게 잘 논다(play well)’라는 뜻. 라틴어로는 ‘나는 모은다. 나는 조립한다. 나는 읽는다’의 의미도 있다.

레고는 1932년 덴마크의 시골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Kristiansen)이 목공소에서 틈틈이 사랑하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나무 장난감을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 장난감에 ‘레고(Lego)’라는 이름을 붙여진 것이다.

   
▲ 레고 '심슨 하우스' / 사진=레고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그 조그만 시골 목공소는 오늘날 전 세계 30여 개국에 50여 개의 자회사와 1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가족기업인 레고그룹의 장난감은 형형색색의 블럭과 막대, 톱니바퀴, 도르레, 축, 미니피겨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부품을 조합함으로써 사용자가 원하는 임의의 모델인 자동차, 비행기, 기차, 마을, 성, 배, 심지어는 마인드스톱을 이용한 로봇까지도 만들 수 있는 장난감이다.

레고는 특히 너무나 정교한 결합의 원리로 발달해 지금까지 내려오는 장난감의 전설과 다름이 없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전 세계적인 공용어가 된 레고는 어른이나 아이나 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레고의 장점은 너무나 단순한 원리의 장난감으로 그토록 복잡한 세계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 레고는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형태를 아이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키우게 해 주는데, 이것이 바로 레고의 경영철학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