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바 행정부 관료 등 현지 네트워크 활용한 로비 박차…합의금 입장차 여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사의 갈등이 여전히 첨예한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1일(현지시간)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팩 관련 부품 소재 관련 수입금지 결정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양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관료를 영입하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로비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포진한 인사들을 움직여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 서울 광화문 SK서린빌딩(왼쪽)·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각 사


SK이노베이션은 샐리 예이츠 전 법무차관,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청장 등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다. 이 중 예이츠 전 차관은 △조지아주 일자리 △기후변화 대응 △폭스바겐(VW)·포드가 겪게될 어려움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백악관을 압박하고 있으며,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수입금지 결정에 대한 번복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어니스트 모니즈 전 에너지부 장관을 앞세워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강조하는 중이다. ITC가 설립된 이후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양사는 샤라 애러노프 전 ITC 위원장과 제이 하임바흐 전 특별보좌관 등을 고용해 로비 활동도 벌이고 있으며, 폭스바겐과 포드도 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미국 정치반응센터(CRP)에 따르면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65만·53만달러를 로비에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사진=각 사


그러나 업계는 거부권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법적공방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거부권이 발동되지 않으면 LG측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 소송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반대의 경우 SK측이 연방항소법원으로 전장을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항소심이 진행되면 민사재판도 연기된다.

LG가 3조원 가량을 요구하는 반면, SK는 1조원을 고수하는 등 합의금 규모가 좁혀지지 않고, 분리막 특허소송에서 SK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진 것도 이같은 견해에 힘을 싣고 있다. SK가 특허 무효·비침해를 주장한 것에 대해 ITC가 4건 중 3건은 무효, 나머지 1건은 비침해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다.

오는 7월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특허침해소송 결과에 따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가 SK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LG제품도 수입금지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 모두 '적정한 금액'이 오가지 않는다면 배임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토로하고 있으며, 발목잡기·내로남불 등 표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속에서도 선방하던 국내 업체들이 올해 들어 중국계 업체들의 공세에 밀리는 상황으로, 글로벌 경쟁이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갈등이 장기화되면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R&D)에 쓰일 비용이 다른 곳으로 돌려지는 등 K-배터리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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