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의원들, 4선 이상 중진들의 ‘전유물’이었던 당대표 도전 시사
계파 갈등 자유로운 만큼 당의 개혁 주도...김웅·윤희숙·박수영 거론
[미디어펜=조성완 기자]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차기 당권을 두고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당 대표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초선 의원들의 도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당내 관계자에 따르면 초선의원 가운데 8~9명은 내주 초 회의를 열고 당 개혁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회의에서는 김종인 체제의 변화와 혁신 노선이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과 관련해 초선 의원들의 의지를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지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또한 이 기조를 따를 초선 의원들이 직접 도전에 나설지 동의하는 당대표·원내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할지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초선 의원들은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다만 초선 의원들은 이런 움직임이 당내 권력 다툼으로 비치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당내 친이·친박과 같은 계파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친박과 비박 갈등이 고조되면서 보수층은 또다시 분열했고 이는 지난해 4·15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8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면서 “갈등과 욕심은 그동안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 정치적 출신 성분이나 배경이 다른만큼 초선 의원 56명이 계파 갈등에서 가장 자유로운 입장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을 앞두고 계파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당의 개혁을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외역 확장 행보를 두고 ‘좌클릭’ 비판이 제기됐을 때도 초선 의원들은 대체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지난 8일에는 집단성명을 통해 '포스트 김종인' 체제의 지속적인 보수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지역 정당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요구는 '영남 보수' 중진에 대한 견제로 읽히면서 당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언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8일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에서 초선 의원들을 향해 "당이 변화가 필요하고 참신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으면 출마부터 해라, 추대해주기를 바라나' 이런 얘기를 계속한다"며 "이 중요한 시기에 변화, 혁신을 행동으로 못 보이면, 글씨만 써놓은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21대 국회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선수로 나눴을 때 초선의 덩치가 가장 크다는 것도 이들의 역할론에 힘을 더한다. 초선은 국민의힘 의원 102명 중 56명으로 정확히 절반을 차지한다.

당에 집단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당권에 도전했다가 떨어지는 의원들도 최고위원으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초선 중에서는 비대위 체제와 같은 단일 지도체제보다는 집단 지도체제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초선 의원들은 ‘젊은 리더십’의 기치를 들고 직접 당 대표에 출마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는 주요 당권 주자는 강민국·김웅·박수영·윤희숙 의원 등이다.

이와 관련,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의 초재선 의원들이 큰 향후 정치 계획을 가지고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는 것이 많이 권장되어야 한다”면서 “전당대회 때 당대표나 당 지도부로 도전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주 권한대행은 이어 “우리는 보수 정당이고 또 질서나 이런 것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초재선이 당대표를 한다, 대선을 뛰겠다고 하면 약간 돌출 내지는 이런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렇게 해서는 사람을 키워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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