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계부채 리스크 경감차 대출규제 선언, 당‧정 ‘엇박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당권주자인 송영길 의원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90%로 완화하겠다고 발언하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가계부채 리스크를 덜기 위해 금융사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를 차주별로 전환하는 한편, 일정 금액 이상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 분할 상환을 의무화한다고 천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제공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송 의원은 지난 13일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초의 자기(집을) 갖는 그런 분양 무주택자에게 LTV와 DTI를 90%로 확 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갖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LTV와 DTI 비율을 40%, 60%로 제한해버리면 10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했을 때 4억 밖에 안 빌려주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6억원이라는 돈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LTV와 DTI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40%가 적용되고, 조정대상지역에선 50%가 적용된다. 하지만 DTI보다 강한 규제로 꼽히는 DSR가 40%를 넘어서면 대출이 불가능하다. 

또 과거엔 대출금액에 대한 제한이 없었지만 정부가 ‘LTV 40%’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면서 은행들은 주택 가격 9억원 이하인 경우 40%, 9억~10억원인 경우 20%만 대출을 집행해주고 있다. 가격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대출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대출을 틀어 막으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박탈한 게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송 의원의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우려를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부동산 문제로 참패(慘敗)하자 송 의원이 민심 달래기용 선심성 발언을 내뱉은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으로 대출 상환 여력이 없는 사람까지 대출규제를 완화해주면 우리 경제가 동반 부실의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했다고 하지만, 너무 급진적인 발언이다. 무엇보다 주택가격이 1년 새 너무 올라 심한 곳은 2배 이상 띄었다”며 “(송 의원 발언대로 LTV를 90% 적용하면) 가령 10억짜리 주택은 9억이지 않나. 그런데 향후 수급이 조절돼 집값이 10억 아래에 형성되면 기존에 대출받은 사람들은 상환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대출을 누가 갚으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덧붙여 “90%까지 완화해도 (은행 라이선스를 박탈하지 않는 이상) 은행들이 극단적 수준으로 대출비율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40%로 묶여 있는 LTV 비율을 예전처럼 60~70%대로 완화해주는 게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주택시장 거래도 되살아나게 할 거라는 의견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LTV‧DTI 규제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는 LTV 비율을 기본 60%로 책정하고, 무주택자나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5~10%포인트(p) 추가로 얹혀줘 65~70%까지 대출을 집행해줬다. DTI는 현행처럼 40%였다. 

이후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지만 안전망을 세운 덕분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았다. 적정 수준의 규제가 경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금융위는 업무계획으로 △내년 전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 4%대(2019년 수준) △금융사별 DSR 관리를 차주단위로 전환 △일정 금액 이상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 분할 상환 의무화 △토지 등 비주택 담보대출 규제 등을 밝혔다. 

또 “향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해 증가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서민‧실수요자 제약이 없도록 세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혀 송 의원의 발언과 대비되는 모습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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