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 파탄 막기 위한 개혁…"빨리 같이 망하자" 부채질 다름없어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어제 서울 여의도 앞 교차로를 지나가다가 플래카드를 하나 봤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내걸린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공무원연금 민영화를 막아내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노후 되도록 공적연금을 연금답게”라는 구호가 쓰여 있던 걸로 기억한다.

필자는 문구를 보고 피식 웃었다. ‘지금 공무원연금개혁하자는 것이 민영화인가?’, ‘왜 민영화를 아무 곳에나 갖다 붙이는 거지?’, ‘그리고 공적연금을 연금답게?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이 일종의 공적연금인데 이를 공무원연금처럼 하자는 얘긴가?’ 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악화가 아니라 재정고갈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발간한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458조 2000억 원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31.8%에 달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현행 세입 세출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28년 GDP 대비 36.4%까지 누적되어 정점을 찍는다. 2031년 이후에는 감소하기 시작하며 2041년부터는 급속도로 하락한다. 2053년에는 잔액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 고갈상태가 된다. 정부가 공식 추계했던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기는 이로부터 7년 뒤인 2060년이다.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2041년부터 급속도로 사라진다는 말이다. 26년 남았다. 국민연금은 26년 후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재정악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아니, ‘재정악화’가 아니라 ‘재정고갈’이다. 현역세대 미래세대가 퇴직세대를 떠받치는 피라미드 구조인 공적연금의 제도적 맹점으로 인해,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안정적인 삼각형 구조-피라미드로 형성되지 않는 한 지금의 국민연금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 지난 11월 18일 경기 수원 새누리당 경기도당사 앞에서 경기지역 공무원단체 등이 '공적연금 파괴! 졸속적 연금개악!' 새누리당 규탄 결의대회를 가진 뒤 농성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경찰이 저지하며 몸싸움을 빚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비교

현재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가 국회 주도로 출범했지만 갈 길은 멀다. 이 가운데 공무원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개혁안에 지속적으로 반대하면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처럼 하향시키기 보다는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처럼 상향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올해부터 국민연금(일본의 후생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한다. 일본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으로 완전히 편입시킨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비교해 보자.

(1)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별개의 연기금이다.

(2)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이 국민연금의 경우 20년이며, 공무원 연금은 31년이다.

(3) 국민연금은 가입자 1인당 평균 84만원을 받고 있으며, 공무원연금은 이보다 2.6배 많은 평균 219만원을 수령하고 있다.

(4) 지급개시 연령을 보면, 국민연금은 60세에서 단계적으로 65세(1969년생 이후)까지 늦추었다. 이에 반해 공무원연금은 20년 이상 재직하면 연령제한이 없었다. 그러다가 2001년부터 2020년까지 퇴직연도별로 50세에서 59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되었다. 2010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은 65세로 연장되었다. 현역 공무원 대다수와 퇴직 공무원 전부의 지급개시 연령은 60세 이하다. 국민연금과 최소 5년 이상 차이난다.

(5) 국민연금은 소득상한액이 407만원으로 묶여 있다. 이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포함해서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많아 더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공무원 연금은 소득상한액이 804만원이다. 공무원연금은, 극소수의 고액연봉자를 제외하면 받는 급여에 비례하여 기여금을 내고 연금을 더 받는 구조다.

(6)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 50%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 보다 높다.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상한도 국민연금보다 높다.

(7)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돈의 1.5배(퇴직금을 포함하면 2.4배)를 받는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2.4배(퇴직금을 포함하면 2.6배)를 받고 있다.

(8)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 정부재정과 국민연금 기금재정을 연동시키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어 연금을 못 주겠다고 만세를 불러도 정부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정부재정으로 매년 부족한 금액을 보전하고 충당하도록 되어 있다. 공무원연금 지급액이 부족한 만큼 국민 세금이 그대로 들어간다.

(9) 국민연금에는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속해있다. 국민연금은 2012년에 가입자 수 2000만 명을 넘어섰다(2032만 9060명). 이는 공무원연금 가입자 128만 명의 16배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의 백 몇 만 명 수준이 아니라 몇 천만 명 수준이다.

(10)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본인이 낸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피라미드 구조이다. 미래세대, 현역세대가 내는 돈으로 퇴직 퇴역 세대가 연금을 받는다.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처럼 상향시키자는 주장의 함정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개혁안은 공무원을 신규 임용자와 재직자, 퇴직자로 나누어 대책을 얘기하고 있다. 내년 2016년부터 임용되는 공무원의 경우,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매월 소득의 4.5%를 납부한 뒤 생애소득의 40%를 받도록 한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동일한 부담과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이다.

공무원 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을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개혁안처럼 국민연금과 유사하게 내리기보다는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올리자는 주장을 한다. 이 주장에는 함정이 있다.

“그 돈은 누가 내지?” 라는 질문 말이다. 앞서 열거한 여러 조건들을 살펴보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수급 조건, 형태는 다르고 서로 분리되어 있는 완전히 다른 구조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돈의 1.5배를 받고 있는데 2.4배를 받는 공무원연금처럼 상향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가입자로 쳐서 공무원연금의 16배 규모에 달하는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처럼 상향화한다? 그리고 이를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진다?

개념 없는 놀부 심보, 공무원들 마인드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처럼 하자고 주장하는 공무원들은 그 돈을 누가 대고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막 지르고 보는 격이다. 개념이 없다. 수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사춘기 중학생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오는 질문이다. 이미 파국이 예정되어 있는 국민연금을 더 빨리 망하게 하자는 놀부 심보나 다름없다.

정부는 돈 찍어내는 기계가 아니다. 돈을 찍어내면 남미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가 한국에 도래하게 된다. 정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매년 국민들이 내는 혈세로 운영하는 적자투성이 가계다. 매년 세수가 부족하여 국채를 곧잘 발행하는 신용불량자나 마찬가지인 나라다. 지금 이대로도 나라 빚은 쌓여만 가고 있다. 공무원들이 일하고 운영하는 나라 살림이 말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처럼 상향시키자는 사람들은 자기가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서 그러는지 의문이다.

OECD국 중 우리나라처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분리시켜서 공무원연금을 특수직역제도로 운영하는 나라는 10여 개국에 불과하다. 그리고 200개 넘는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처럼 상향화 시킨 나라는 없다. 공무원들은 지금 되지도 않는 허구의 주장을 일삼고 있다. 이 지상에 천국을 만들려는 시도는 언제나 지옥을 만들어 낸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