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후 연일 국민의힘 향해 ‘아사리판’ ‘애정 없다’ 등 독설
국민의힘도 중진들 중심으로 “마시던 물에 침 뱉는다”며 반발
[미디어펜=조성완 기자]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약속대로 국민의힘을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국민의힘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의 복당에는 기존처럼 반대 입장을 고수했고, 당권 경쟁이 가열되자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에 비유했다. 

독설을 쏟아내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한 정치권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자신이 살려낸 당이 본인의 충고와 반대로 가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과 제3지대를 위해 국민의힘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3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중진들의 당권 욕심에 휘둘리는 "아사리판"이라 표현하며 "더이상 애정이 없다. 절대 안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지난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선 중진들 등쌀에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격정을 터트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선 "건방지다"고 말했다가 국민의당의 30대 청년위원장으로부터 "범죄자"라고 반격을 당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의 연이은 ‘말폭탄’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마시던 물에 침뱉기’라는 비판까지 나오며 술렁였다. 

권영세 의원은 지난 14일 중진모임의 공개 발언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문표 의원도 회의 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도를 넘는 상왕 정치와 감별사 정치를 멈춰주기를 고언 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의 속내를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우선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자강’을 강조하고 ‘내부 권력 투쟁’을 경고했지만 현재 국민의당과 합당 과정이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과열 양상을 보이는 모습은 그의 충고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메시지에서 주목되는 것은 국민의힘 중진과 안 대표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차라리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면서 최근 초선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당내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사실상 재보선 전까지 국민의힘은 빈사상태였다. 다시 생기를 불어넣은건 전적으로 김 전 위원장이 이뤄낸 성과”라면서 “그런 당이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과 중진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사진=국민의힘 제공

반대로 차기 대선에서 또 한번 ‘킹 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 입문 시기를 엿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이 아닌 '금태섭 신당'으로 갈 수 있다고 단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중도’ 정당이 아닌, 양당을 대체할 수 있고 윤 전 총장도 들어올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하루 뒤에 “(윤 전 총장이) 금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때마침 김 전 위원장은 늦어도 오는 16일 금 전 의원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김 전 위원장과 금 전 의원, 윤 전 총장이 모여 제3지대를 이루면 야권의 무게추가 제3지대로 쏠릴 수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최근 JTBC와의 통화에서 정치권 인사들의 만남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면서 "여야 모두 당내 개혁이나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아니냐"고 밝혔다.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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