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공급' 내세워 당선됐지만 집값 자극 우려에 따라 속도 조절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등 공약 이행에 따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 카드를 꺼냈다. 

   
▲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사진=국민의힘


시장에서는 '스피드 공급'을 내세워 당선됐지만 집값 자극 우려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태세를 바꾼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집값 상승 방지대책으로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재건축 규제완화 이슈로 집값이 과열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구축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한 방송매체에 출연해 “요즘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과열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강남3구에서 부동산 표심을 샀다.

그는 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집값 상승 우려에 관해 “주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쓸 수 있는 행정수단으로 예를 들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는다든가 하는 방법이 있다”며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규제완화 시그널 보다 집값 안정화를 먼저 언급한 것은 오 시장 당선을 전후로 재건축 단지들의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최고가 단지가 밀집한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지난해 6·17 대책에 따른 실거주 2년 의무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리지면서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현대7차 245.2㎡는 보궐선거 이틀 전인 지난 5일 80억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10월 실거래가 67억원 대비 13억원이 상승한 것이다. 압구정3구역(현대1~7, 10·13·14차·대림빌라트)은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눈앞에 두면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까다로운 재건축 안전진단에 사업 추진이 막혔던 양천구 목동 일대 분위기도 유사하다. 목동 신시가지 13단지 122.3㎡는 지난달 17일 21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종전 최고가(1월 20억원)를 새로 썼다. 중저가 재건축 추진 단지인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79.07㎡도 지난달 15일 12억4000만원에 팔리며 지난해 9월(10억4500만원) 보다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같이 규제완화 기대감 만으로도 집값이 자극되면서 오 시장이 규제완화와 집값상승 방지수단을 병행해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우선 규제완화 수혜지역으로 꼽히면서 집값이 크게 오른 압구정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상계 등 강북권 재건축 호재지역으로도 넓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오는 6월22일로 허가구역 지정이 만료되는 강남구 대치·청담·삼성, 송파구 잠실도 재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공급확대가 집값 급등을 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공약 이행과 함께 순차적으로 공급이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제로 일부 적용한다고 해도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번져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