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씨티그룹, 한국 등 13개 국가서 철수, 기관대상 금융 유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시장에서 철수한다. 대신 기관금융 및 투자은행(IB)에 역량을 강화한다. 그동안 오랜 관치금융과 수익악화로 한국시장을 정리할 거란 의견들이 팽배했지만 완전한 사업 철수 대신 강점을 보일 수 있는 기업금융에 역량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씨티그룹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5일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금융에서 전략적 행동의 일환으로 규모가 크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국가에 직접투자를 늘릴 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업성이 없는 국가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하는 대신 성장역량이 있는 곳에 역량을 강화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 미국 씨티그룹은 한국씨티은행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투자은행(IB)에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씨티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을 통틀어 금융허브인 싱가포르‧홍콩‧아랍에미리트(UAE)‧영국 런던 등 4곳에서 소매금융을 이어가고, 13개국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한다. 13개 국가는 우리나라 외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 등이다. 

다만 씨티그룹은 이들 국가에서 기관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업무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고려해 영위할 거라고 전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실적발표에서 “씨티그룹이 추진 중인 개편 전략의 결과로 자산부문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와 EMEA 지역에서의 소매금융 프랜차이즈는 싱가포르‧홍콩‧UAE‧런던 등 4대 자산센터에서만 이어갈 계획이다”며 “이 (4대) 허브에서 자산관리(WM)사업이 확고한 성장과 상당한 성과를 안겨줄 거로 본다”고 전했다. 

나머지 13곳에서의 소매금융 사업 철수에 대해서는 “현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자산, 투자재원 및 기타 자원을 더 나은 성과를 안겨줄 수 있는 WM사업과 아시아지역 기관사업에 투입할 거라는 뜻을 피력했다.

씨티그룹의 발표 후 한국씨티은행은 “사업재편 방안 확정시까지 기존과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고객, 임직원,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쟁력과 규모를 갖춘 사업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IB사업에 투자를 늘려 국내 금융시장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씨티그룹은 1967년 국내 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한국씨티은행을 출범 시킨 이래 줄곧 한국 시장에 집중해왔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다만 행원 고용문제와 점포 철수에 따른 고객 불편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수는 3500명으로 소매금융에서 939명이 일하고 있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국내 점포수는 43개로 소매금융이 36개에 달해 점포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이사회와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 고객과 임직원 등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에 대해 "향후 진행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11월1일 한미은행에게 영업권을 넘겨받은 후 현재까지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액은 6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총여신액은 24조3000억원으로 소매금융에서 1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중은행 소매금융 자산액 620조2000억원 대비 2.7%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순이익은 1878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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