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고신용자도 적용, 농협은행 "금융당국 조치따른 것"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NH농협은행이 농지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이 벌인 땅 투기에 북시흥농협 등 지역농협이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농협은행도 여신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을 관리할 것을 요구받은 만큼 LH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19일부터 농지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한선을 기존 300%에서 200%로 축소한다. DSR는 차주의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한층 강화된 대출규제다. 비율이 낮아질수록 받을 수 있는 대출규모는 줄어든다. 

   
▲ 농협금융지주 사옥 /사진=농협금융지주 제공


농협은행은 과거 신용등급 1∼3등급 차주에게는 DSR를 300%까지 인정해줬다. 하지만 오는 19일부터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DSR가 200%를 초과하지 않도록 틀어막는다. 가령 연소득이 1억원인 차주는 그동안 농지담보대출로 연소득의 3배인 3억원까지 끌어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2억원 미만의 자금만 융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 외 신용등급 4∼6등급 차주는 DSR 비율을 70∼200%로 적용받으려면 정밀심사를 받아야 한다. 7∼10등급 대출희망자는 대출을 받지 못한다.

이번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LH사태로 지역농협이 곤욕을 치른만큼 농협은행이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내놓은 데 따른 조치일 뿐, LH 사태를 의식한 행보는 아니라고 밝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DSR 비율을 강화한 건 금융감독원의 가계부채 (조절) 가이드라인에 따라 내부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LH 사태가 겹치면서) 그런 것일 뿐 관련 부서가 계속 검토해왔다"고 전했다. 

또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농지를 담보대출하기 위해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상호금융), 2금융권 등을 이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고객 수가 적은 농촌에 점포를 세우지 않는 데다, 농지를 담보물로 했을 때 관리가 어려운 점도 있어 대출집행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농협은행은 농민들을 위해 세워진 특수은행인 만큼 농민들을 위해 농지담보대출을 특별히 집행하고 있다. 금리가 2금융권에 비해 낮은 게 장점이지만 대출한도가 적은 게 흠이다. 소액 농지담보대출이 필요한 농민들이 사실상 농협은행의 주 고객층인 셈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부동산 투기 특별 금융대응반을 꾸려 현장검사에 나서고 있다. 이날까지 조사한 결과 북시흥농협은 LH직원 9명 및 친인척 2명에 대한 대출 집행에서 금융관련 법규를 위반한 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감원은 대출 성격상 공공기관 직원의 투기의혹 등 불법행위 의심소지가 있어 관련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금감원은 농협은행 세종청사 출장소에서 대출을 받은 공무원 등 차주가 부동산투기 의혹 관련 농지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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