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으로 승승장구하던 백보희(조여정)는 한 순간의 실수로 회사에서 쫓겨난다. 아래층에 사는 성인용품점 사장 오난희(클라라)의 물건과 자신의 물건이 섞이면서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안 백보희는 오난희를 찾아가 따지고, 그 일이 인연이 돼 둘은 친구가 된다.

이대로 자신의 직장 경력을 끝낼 수 없는 백보희는 오난희의 폐업 직전 성인용품점을 함께 꾸려가기로 하고 둘은 사업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일밖에 모르는 백보희 때문에 남편 구강성교수(김태우)는 점점 더 외로움을 느끼며 힘들어 한다.

   
▲ 워킹걸의 두 주인공인 백보희와 오난희가 크라이슬러 뉴 세브링 컨버터블을 타고 달리는 장면/유튜브 영상캡처

공포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정범식 감독의 이번작품 워킹걸은 공포를 처연한 멜로로 승화시키고 멜로이면서도 그 속에 공포를 표현했고 그 공포에서 슬픔을 표현했다. 이 다름은 영화의 가장 큰 축인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나온 것 이었다.

이런 정범식 감독의 스타일로 완성시킨 이번영화는 어떤 것일지 궁금증을 자극시켰다. 게다가 성(性)을 소재로 한 영화라니. 저속한 개그 소재로만 쓰였던 한국 섹스코미디와 어떻게 다를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 속에 감춰진 이야기는 매우 평범한 것이었다.

워킹걸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띄는 영화다. 백보희가 다니는 장난감 회사의 모습, 백보희와 오난희가 동업하는 성인용품 가게의 인테리어 디자인, 두 사람이 마케팅에 나설 때의 복장 등 미술에 꼼꼼하게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코미디 감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욕설과 말장난이 난무하는 일반적인 코미디가 아닌 상황 자체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엿보이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특별하게 자동차가 많이 등장 하지는 않지만 잠깐 잠깐 등장하는 차들 중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섹시아이콘 여주인공들이 여행을 떠날 때 사용한 크라이슬러의 세브링 컨버터블이 눈에 뜨인다.

도심을 벗어나 외각의 뻥 뚤린 도로를 빨간색 뉴 세브링 컨버터블로 질주하며 바람을 만끽하는 장면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이 영화에 등장한 크라이슬러 뉴 세브링 컨버터블은 출시 당시 전동식 하드톱과 다양한 편의 장비로 구형 보다 상품성을 크게 높여 관심을 모았었다.

   
▲ 그라이슬러 뉴 세브링 컨버터블/크라이슬러

2도어로 임에도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으며, 20GB 하드 디스크가 내장된 MyGIG 등의 다양한 장비들도 탑재 되어있었다.

또 30초 만에 쿠페와 컨버터블로 변형이 가능한 전동식 하드톱은 리모컨으로도 작동할 수 있고 V6 2.7리터 엔진은 전 세대의 세브링에 비해 출력이 낮아진 대신 넓은 토크밴드로 힘찬 순발력과 가속력을 자랑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세브링 컨버터블이 2005년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전동식 하드톱을 비롯해 첨단편의 사양으로 상품성을 강화하고 등장했다.

출시당시 세브링 컨버터블이 노리는 4인승 컨버터블의 국내 시장에는 마땅한 경쟁차종도 없었다.

폭스바겐 이오스와 볼보 C70은 1000만 원 이상 비싸고 세브링 컨버터블 보다 차체가 작은 푸조 307CC도 약 500만 원의 가격 차이가 이었다. 하지만 상품성을 강화하고 스타일링을 완성하고 돌아온 세브링 컨버터블에 대한 국내 반응은 그리 폭발적이진 못했다. 세브링 만의 독특한 드라이빙스타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