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던진 합당, 주호영이 받았지만 통합 방식과 시기 놓고 갈등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통합 방식과 시기를 놓고 당 안팎으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기 통합에 무게를 실은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에 비상대책위원들이 제동을 거는 등 내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상황이 달라진 만큼 셈을 달리해야 한다는 당내 반발이 부딪히면서 사실상 조기 통합은 어려워진 분위기다.

주호영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통합 시기는) 국민의당의 당원 의견 취합 속도에 달려 있다”며 “국민의당 당원들이 허락을 안 해서 합당을 안 한다고 결론내면 더 이상 진행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합당 여부에 대한 국민의당의 명확한 입장을 촉구한 것으로 “합당을 약속할 때 전제조건이 당원의 허락이었다”는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또한 조기 합당 추진에 힘을 실었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국회 회의실에서 시·도당위원장들과 회의를 갖고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당 내부적으로는 당대당 합당이냐, 사실상의 흡수통합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도부는 주 권한대행이 당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무리하게 합당을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당의 통합과 합당 문제는 시대적 요구와 당원의 명령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진행될 사안이지, 특정 정치인이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들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는 야권 통합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지, 국민의당과 합당에 찬성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의원총회 결과를 합당 결의로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주 권한대행도 내부 반발을 의식한 듯 19일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오늘 자리는 무슨 의결을 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주도권 샅바싸움에 나섰다. 이 사무총장은 라디오방송에서 “합당을 추진한다며 당대당 통합을 해야 한다. 흡수통합 방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합당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를 얻기 위해 본인이 먼저 던진 카드다. 결과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했고, 합당 숙제만 남았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은희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구나 안 대표가 ‘즉시 합당’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 나오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대해 당원들이 찬성하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당장 통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안 대표의 지지 기반인 호남 당원들이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안 대표가 먼저 합당 카드를 제안한 만큼, 합당을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와 관련, 이 사무총장은 "당원들 순회 간담회가 이번 주 금요일 끝나고 주말에 필요하면 최고위원들이 모여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현재 정해진 절차를 착실하게 밟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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