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선' 조기도 곡우가 지나야 잡아...인천 북성포구서 '조기 파시' 명맥 이어 가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20일은 24절기의 하나인 곡우(穀雨)다.

곡우는 여름의 문턱인 입하(入夏) 바로 전 봄의 여섯번째 마지막, 동지(冬至)부터 따지면 아홉번째 절기로, 청명(淸明) 다음이다.

음력으로 3월 중.하순, 양력으로는 4월 20일 전후가 된다.

곡우의 의미는 '봄비가 내려 백 가지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이 날이 되면, 벼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볍씨를 담그거나, 직파일 경우 논에 뿌렸다. 또 못자리를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

농사 뿐만 아니라, 수산업에서도 곡우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국민생선'의 하나인 조기와 관련,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는 속담이 있다.

   
▲ 북성포구의 오후/사진=미디어펜


곡우 무렵, 남해 흑산도 근처 바다에서 월동한 조기가 북상, 충남 격렬비열도까지 올라오므로, 서해에서 조기가 잡히기 시작한다. 

이 속담은 조기도 곡우가 지나서야 잡는 게 좋다는 뜻이다.

곡우 때 조기 잡기를 '곡우사리'라 하며, 잡힌 조기는 '곡우철조기', '곡우살조기' 혹은 '오사리조기'라 하는데, 산란 직전이어서 알이 많이 들어있고,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래서 곡우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친다. 

과거 서해 조기잡이의 최고 명산지는 연평도였다.

한창 때는 어항에 정박한 어선들 위에서, 갓 잡은 싱싱한 조기가 거래되는 '시간타임부 임시 상설시장'인 파시(波市)가 열렸고, 개들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번성했었다.

지금 서해의 조기 파시는 인천시 북구 '북성포구'에서,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

대한제분 공장 건물 뒤 바닷가에 숨어 있고, 차량 및 도보로도 접근성이 떨어져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고, 매립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이 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인천시가 조성한 둘레길이 북성포구를 지나게 돼 있어, 아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물 때에 맞춰, 고깃배가 조업 후 돌아오는 오후 늦게 열리는 파시에서, 조기는 '곁다리'일 뿐이고 새우가 '주인 노릇'을 한다.

파시 때가 아니라도, 부도에선 말린 건어물이 풍성하게 손님을 기다린다.

곡우를 맞아, 전국에서 유일한 '북성포구 파시'가 영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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