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지수, 지배구조 요소 정치·이념적 우려…기업 자율성 존중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기업들이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아우르는 ‘ESG’ 경영에 집중하는 가운데 정부가 주도하는 'K-ESG'가 글로벌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부가 ESG를 빌미로 대기업 등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고치는 데 지나치게 치중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디어펜 주최로 열린 2021 미디어펜 크리에이티브 비전 포럼 ‘ESG 경영과 한국금융의 미래’ 기조강연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K-ESG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국내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며 “타국이나 글로벌 기관들이 어떻게 기준을 삼는지 보고 ESG지수를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강성진 고려대 교수 /사진=미디어펜


ESG가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 경영을 이끌 수단이 돼야지 성장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치권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명분으로 정치‧이념적 요소를 대거 반영할 우려가 있어 ESG 편성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이 ESG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ESG지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환경은 △기후변화 △청정생산 △친환경제품개발을, 사회는 △인적자원관리 △산업안전 △하도급 거래 △제품안전 △공정경쟁을 각각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지배구조다. 지배구조는 △주주권리 △이사회 구성과 활동 △감사제도 △관계사 위험 △배당 등을 평가요소로 꼽고 있는데, 세부적으로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비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여부 등 19개 지표를 내걸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시장에서는 MSCI ESG, 블룸버그 ESG 평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등이 ESG 주요 지수로 활용되고 있다. 특정 요소에 치우쳐 있지 않은 데다 평가요소들이 고루 분포돼 있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이끌고 있다.

기업들이 자체 추진 중인 ESG경영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강 교수는 “국내 ESG경영이 너무 환경만 강조하면서 과거 녹색금융과 유사한 흐름을 띠고 있다. 그린뉴딜이 나오면서 환경부문은 자체적인 투자계획이 세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신한금융은 2030년까지 녹색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할 거란 계획을 내놨다. 하나금융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광양 바이오매스 발전소, 천사 풍력발전소, 동서발전과 고속도로 태양광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다. 

DGB금융은 2010년부터 그룹 내 녹색금융단을 만들어 녹색경영 경쟁력을 확보해 온 만큼 앞으로 관련 투자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 글로벌기업은 ESG에 걸맞게 평가요소들을 경영에 녹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여성 임직원 비율 변화를 공개하는 한편, 양성 임금 평등 정책을 실현해 선진형 기업으로 우뚝 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핵심 재료인 커피원두 재배 농부의 이력부터 유통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다. 농부의 노동대가를 정당히 지불함으로써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환경적 요소 외에도 사회적 평가요소를 자체 반영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제 국내 기업들이 사회적인 것과 지배구조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ESG 등장계기는 옛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문제점을 반성하자는 데서 비롯됐다”며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영을 바라보고 선진화된 경영체제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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