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기자]“이번 판결은 그동안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엇갈린 판결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을 내리자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보인 반응이다. 

   
▲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현대차 ‘안도’ vs 노조 ‘항소심 논의’/뉴시스 자료사진

이날 재판부는 “현대차가 지급한 상여금은 지급세칙 상 지급 제외자 규정에 따라 소정 근로를 제공하는 것 외에 일정한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이고 불확실한 조건을 성취해야 지급되므로 고정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현대차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했는데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지만 현대차서비스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이 때문에 소송을 냈던 23명 가운데 실제로 통상임금을 인정받은 사람은 2명뿐이다. 옛 현대차서비스 노조원 대표는 5명이었지만 나머지 3명은 입증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해 통상임금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 금액도 각각 387만원과 22만여원으로 실제로 현대차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큰 폭으로 줄게 됐다.

소송자 23명 중 2명에게 총 약 400여 만 원이 인정된 것을 고려해 1인당 200만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대차가 5700여 명에게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114억원 정도다. 당초 예상됐던 13조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비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논쟁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기준점이 마련된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비효율적인 현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임금체계 수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5만명 이상의 국내 최대 규모의 노조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향후 산업계 전반의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상 사측의 승리로 끝난 만큼 재계에서는 판결 결과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일부 하급심의 일관성 없는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소송확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현대자동차노조 통상임금 일부 인정에 “대해 중소·중견 부품업체와의 임금격차 심화로 인한 양극화만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측 관계자는 “한 회사에서 통상임금의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상황을 야기한 판결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이 노동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도 판결 결과에 강력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합병이 됐는데 통상임금 규정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검토해서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이번 판결과 별도로 오는 3월31일까지 단체교섭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임금유연성 확보는 생존을 위한 문제이자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의 발전을 위한 선결조건”이라며 “선진 임금체게 도입이 향후 후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물려줄 수 있는 길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