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국제법 위반” 지적에 탈북단체 “강행” 선언까지
통일부, 법적 대응 방침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관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서 개정 권고를 받은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집단 서한을 보내 우려를 표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청문회를 열어 “한국 국회가 대북전단금지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면서 청문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아이린 칸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클레멍 불레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메리 로러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19일 한국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이 모호해 과도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내 접경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현실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대북전단법의 국제기준 준수와 관련한 설명과 정당성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재검토를 권고한 서한을 한국정부가 유념해주기를 바란다”며 “한국이 이 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킨타나 보고관은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를 다룰 때 용어는 정확하고 명확해야한다”면서 “지침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특수성을 감안해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남북접경지역에서만 전단 살포 등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정부는 이 법을 마련하면서 처음부터 국제사회와 탈북자단체의 반발에 부딪치자 ‘제3국에서의 활동은 예외’라는 지침을 뒤늦게 만들기도 했다. 

   
▲ 지난 2018년 5월 5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경찰의 통제로 대북전단 풍선 살포를 포기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5.5./사진=연합뉴스

그동안 대북전단 살포 지역에 북한이 고사포를 발사한 일이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져 있고, 북으로 날려보낸 전단 대부분이 남한 지역에 떨어져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전단의 내용이 저속한데다, 사전에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전단 살포의 목적마저 의심을 받아왔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실상을 잘 모르고 있어 반대하지만 이에 대해 충분히 소통한다면 정부 입장에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 것 같다. 하지만 대북전단금지법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 침해로 평가되면서 문재인정부가 한국 민주주의를 퇴보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6월 성명을 내고 대북전단 살포를 직접 비난하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경고했고, 이후 실제로 연락사무소가 폭파된 뒤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이전부터 검토해왔다고 했으나 이 때문에 야당은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은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성적표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만약 현재 북미대화와 남북협력이 순조롭다면 대북전단 살포 금지 정책이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을 수 있다. 

둘째, 문재인정부에 대해 ‘북한 눈치 보기’ 지적이 나온 만큼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발이 커진 것이다. 셋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무리수를 놓아야 하는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야당과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해왔다면 국내 여론을 결집시킬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탈북민단체는 이달 말 대북전단을 살포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탈북민단체와 정면 충돌하는 상황까지 연출될 우려가 나온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제18회 북한자유주간 기간에 50만장 규모의 전단을 날려 보내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23일 대북전단 살포 예고와 관련해 “대북전단금지법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개정 취지에 맞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러한 차원에서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일부 단체의 전단 등 살포 동향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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