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한국의 메릴 스트립' 윤여정이 오스카도 사로잡았다.

배우 윤여정(74)은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상 수상자로 호명된 건 한국 영화계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또한 윤여정은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아시아 배우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 사진=영화 '미나리' 스틸컷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제 이름은 윤여정인데, 유럽분들은 많은 분이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신다.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재치 있는 인사를 건네 웃음을 안겼다.

그는 "보통 제가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그런데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제게 표를 던져주신 모든 분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여우조연상 수상에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미나리' 팀에 감사를 표한 윤여정. 그는 "정이삭 감독님, 스티븐 연, 한예리,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가족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감사하다"며 "정이삭 감독은 우리의 선장이었다"고 표현했다.

'보랏2' 마리아 바칼로바, '더 파더' 올리비아 콜먼,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 등 함께 후보에 올랐던 쟁쟁한 배우들에게도 영광을 돌렸다. 윤여정은 "그리고 난 이런 자리에서 경쟁을 믿지 않는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냐. 글렌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봐왔다. 다섯 명의 후보가 있지만 우리 다 다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서 있는 것 같다. 또 미국분들이 한국배우들에게 굉장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윤여정은 "저희 두 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두 아들이 제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을 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되었다"고 전해 장내를 폭소케 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제 첫 감독님이셨다. 그래서 제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제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자신의 데뷔작이었던 '화녀'의 故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를 전해 박수를 받았다.


   
▲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 윤여정은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미나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총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이는 오스카 역사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3개 부문에 동시에 후보에 오른 3편의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됐으며, 작품상 후보에 선정된 최초의 아시안 아메리칸 필름으로 등극했다.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은 2002년 이후로 매년 LA 돌비 극장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고려해 야외와 바로 연결되는 유니언 스테이션을 시상식 메인 무대로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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