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실적 부진, 보험대리점으로 이탈 원인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 모 생명보험사 전속 보험설계사 A (42)는 요새 벌이가 시원치 않아 걱정이다.  한때 월 300만원 가량의 수당을 벌었던 그였지만 최근에는 신규계약자도 많지 않고 계약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한달에 100만원 벌이가 전부다. 이미 A씨의 동료들은 하나 둘 씩 떠나면서 빈자리에 마음도 싱숭생숭이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초등학생과 4살 자녀를 두고 있는 A 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빠듯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까 고민 중이다.
 
전속 보험설계사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인해 보험업계 상황이 좋지 못한데다가 보험대리점으로의 이탈현상이 삼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험사의 전속 보험설계사수는 지난 20129월말 기준 24432명에서 20139월말 233295명으로 줄었으며 지난해 9월말에는 207812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전속 보험설계사가 줄어드는 요인으로는 보험대리점(GA)으로의 이탈과 정체된 업계현황, 판매채널 다변화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 보험대리점의 비중은 커져가고 있다. 보험대리점의 설계사뿐만 아니라 판매실적 비중도 늘어가고 있다.
 
금감원이 내놓은 '14.3분기 대형 보험대리점 경영현황 분석'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보험설계사 396988명 가운데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185139명으로 전분기 대비 1.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판매실적은 각각 35463억원, 179579억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보험대리점의 판매실적은 생보사 2638억원, 손보사 83661억원으로 각각 7.4%, 46.6%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드는 전속 보험설계사와 달리 보험대리점의 설계사 비중이 늘어가는데는 생계와 연관돼 있다. 전속 보험설계사들은 자사의 보험상품만 팔수 있는데 반해  보험대리점에서는 다양한 보험회사들의 상품판매가 가능하고 판매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들의 경우 회사 내부규정에 따라 판매수수료가 지불되는 것에 비해 GA는 보험 회사랑 협상능력에 따라 판매수수료가 지불돼 설계사들이 좀 더 많은 판매수수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관계자도 "GA는 다양한 보험사들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보험계약자들에게 판매하기 용이하다""특히 중소형 보험사는 보험대리점 의존도가 높다보니 판매수수료를 좀더 많이 주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부진한 업황도 전속 보험설계사들을 내몰고 있다. 대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의 4분기 순이익이 265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4%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보사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379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983억원 증가했지만 이는 삼성생명, 삼성물산의 주식처분이익 증가 등으로 인해 투자영업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며 보험영업이익은 오히려 4095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홈쇼핑, 온라온, 방카슈랑스 등 보험사들의 판매채널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보험사들이 주로 대면, 보험설계사들에 의한 판매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 판매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다""업계 상황이 안 좋고 먹고 살기도 힘들어지다보니 신계약 줄어드는 등 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도 보험설계사 감소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