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제는 '이대호 후계자'라는 수식어가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22)가 이대호를 능가하는 타격 성적을 내며 롯데의 간판 거포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롯데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3-0으로 승리, 전날 0-4 패배를 설욕했다. 마운드에서 선발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6이닝 무실점 역투를 하며 승리를 이끌었다면, 타선에서는 한동희가 홀로 북치고 장구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한동희는 8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2회초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로부터 우중월 2점홈런을 날려 팀에 리드를 안겼고, 9회초 2사 2루에서는 중월 적시 2루타를 터뜨려 쐐기점까지 뽑아냈다. 롯데가 이날 얻은 3득점이 모두 한동희의 방망이로 뽑아낸 것이었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한동희가 켈리를 홈런으로 두들긴 장면이 압권이었다. LG의 에이스이자 5경기에서 28이닝을 던지는 동안 홈런 3개밖에 맞지 않은 켈리를 상대로 잠실구장에서, 그것도 밀어쳐서 홈런을 뺏어낸 데서 한동희의 타격 파워를 알 수 있다. 2-0으로 불안한 리드가 8회까지 이어진 가운데 쐐기 2루타를 터뜨린 것도 칭찬받아 마땅했다.

이날 맹타로 한동희는 시즌 타율을 드디어 3할대(0.306)로 끌어올렸다.

28일 현재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한동희는 롯데 간판타자이자 영원한 4번타자 이대호를 능가한다. 

한동희는 타율 0.306에 4홈런, 18타점, 1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66을 기록하고 있다. 이대호는 타율 0.288에 4홈런, 20타점, 8득점, OPS 0.830을 기록하고 있다.

한동희는 이대호와 홈런 수가 같고, 타점만 2개 뒤질 뿐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이대호보다 앞선다. 이대호가 4번 중심타선에 배치되고 한동희가 주로 하위 타순인 7~8번에 배치돼 타점을 올릴 기회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동희가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프로 입단 4년차에 한동희는 드디어 '포스트 이대호'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인과 2년차 시절만 해도 가진 기량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135경기 출전, 타율 0.278 17홈런을 기록하며 주전 3루수로 자리를 잡더니 올 시즌에는 방망이 포텐을 터뜨리고 있다.

이대호는 내년까지 계약해 은퇴를 앞두고 있다. 한동희가 이대호의 뒤를 이어 롯데의 간판타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는 한동희가 신인 시절부터 나왔다. 지난 3년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호가 붙어 있었지만, 이번 시즌 초반 활약을 놓고 보면 한동희는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한동희는 "올 시즌 목표는 30홈런과 100타점"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 성적을 내면 롯데의 4번타자 자리는 자연스럽게 한동희 차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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