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사퇴 청원'에 14만명 동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둘러싼 정부의 입장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가상자산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시장에 큰 충격파를 남겼지만, 그러면서도 내년부터 가상자산에 기타소득으로 20%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원안대로 추진돼 교란된 사인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사진=연합뉴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응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치는 이미 약 3년 전에도 당국과의 마찰로 크게 출렁인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장관은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해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으며 부처 간 사전 조율도 진행 중이다’라고 발언했다. 이후 비트코인의 가치는 개당 2100만원대에서 최저가 14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큰 등락폭을 보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사건은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며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3년의 시간이 흘러 이번엔 ‘은성수의 난’이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인정할 수 없는 자산’이라며 “투자자 보호에 나설 수 없다”고 발언해 가상자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때 8000만원선을 넘겼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6000만원대로 떨어져 있다.

가상자산, 특히 비트코인은 정부보증 화폐에 의문을 제기하며 탄생한 것이라 그 속성상 정부와는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가상자산에 엄청난 투자자가 몰린 상황에서 나온 은 위원장의 발언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악수였다는 지적이 다수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히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인정할 수 없는 자산’이라면서도 거기에서 발생한 소득에는 과세를 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인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은 위원장을 두둔하며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투자자들은 3년 전 ‘박상기의 난’ 때에 비해 훨씬 더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벌써 14만 6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여론이 생각보다 빠르게 악화되자 여당 국회의원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정부 정책은 즉각 수정돼야 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와 국회의원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 관련 업무를 어느 부처가 맡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홍 부총리는 사견임을 전제로 “가상화폐 주무부처는 금융위원회”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금융위 측에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가상자산과 관련된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이 지나치게 서툴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고위 당국자들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일단 내뱉고 보는 모습은 시장에 큰 혼란을 준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들도 더 이상 참지 않고 국민청원 등 여론전에 나서고 있어 당분간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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