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개인의 선택보다 정부 앞장…책임 실종 사회혼란만 가중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는 빠르게 변화해 왔다. 여성 경제활동이 증가하는 동시에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여성을 위한다는 정책들 다수가 정부주도이며 재원을 시혜적으로 몇몇 여성들에게 나누어주는 틀에 머물러 있다. 저출산,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보육정책 등 역대 정부 정책 모두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새로운 시대, 여성의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까지처럼 여성이라는 틀 속에서 가두어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여성운동에도 자기선택과 자기책임.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가 되는 시각이 필요하다. 자유경제원은 인권, 소비자, 방송, 경제 등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해온 여성 활동가들이 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1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자유경제원은 <2015 이제는 자유주의 여성운동이 필요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발표자인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의 발제문이다.

이제 자유주의 여성운동이 필요하다

1. 토론에 앞서

   
▲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
‘이제, 자유주의 여성운동이 필요하다’는 토론회 참석을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토론문을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자유주의 여성운동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계속 든다.

‘사회적 강제를 되도록 줄여서 개인들의 자유를 한껏 보장하자’(복거일)는 자유주의 운동을, ‘여성’에게만 한정시킬 수 있나 의문이 들어서이다.

‘자유주의 여성운동’이란 무엇인지, 정말 그것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미천한 생각을 하나 보태보려 한다.

2. 여성을 위한 정책인가? 복지국가의 당연한 아젠다인가?

토론회 기획안은 “가정과 사회에 여성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정책들이 대부분이고 시혜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정책들로는 ‘저출산정책’,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보육정책’을 뽑았다.

저출산정책은 주로 임신과 출산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것 그리고 근로여건 개선 차원에서 출산전후휴가를 기업체에 강제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정책은 주로 직업교육훈련에 맞춰져 있다. 보육정책은 소득과 상관없이 이뤄지는 무상보육이 주요 정책이다.

필자는 이런 정책들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증대됐기 때문에 나온 정책이라기보다 우리사회가 생애주기별 복지 제공을 목표로 하는 복지만능사회가 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애주기별 복지 제공의 목표가 매우 무서운 것은 개인 삶의 부족한 부분을 국가가 보조해주기 보다 개인별 차이를 없애기 위한 것에 있다는 것이다.

‘무상보육’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사회통합 관점의 보육·교육 서비스 이용 형평성 제고 방안」(2014.11)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정책의 목표는 ‘영유아기부터 시작되는 보육 교육 경험의 차이를 해소하여 생애초기 출발선의 평등을 실현 한다’는 것이다.

   
▲ 교육재정파탄극복 국민운동본부와 친환경무료급식뿌리국민연대 회원들이 2014년 11월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에 대한 재정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 가족의 해체를 부르는 과도한 복지

지금 우리 사회 복지 흐름은 ‘가족단위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건강보험, 노령연금 등 어린아이의 육아와 교육, 나이든 부모의 부양, 노년의 삶에 대한 계획 등 한 인간이 태어나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데 생겨나는 문제를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복지는 ‘가족의 해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민경국 교수는 유럽의 과도한 복지가 가족 해체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현대 유럽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가족기능을 훼손하기 시작한 것은 강제적인 '사회보험'이다. 노령,건강,생계 등 부모의 삶을 가족 대신에 정부가 보살피겠다는 것이다. … 가족 위기의 원인으로서 거의 유럽 전역에 확산돼 있는 여성정책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여성을 자녀와 가족으로부터 해방시켜 남성과 평등하게 일터로 끌어내는 정책이다.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은 일터로 나간 어머니 대신 투박한 낯선 '외인'의 손에 맡겨진다. … 유럽사회에서 가족과 부부의 약하로 생겨나는 결과는 참혹하다. 가족의 해체로 문화적 정서적 가치의 전수도 중단되다 보니 재산권 범죄의 증가로 사회 기초질서가 불안정하다. 가족정책으로 원자화된 청소년의 성적 문란도 심각하다. 가족의 기능의 소멸로 가족의 결속력도 약해졌으니 부부의 성적 계약 위반도 다반사다. … 가족정책을 위한 정부 지출은 낭비일뿐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낳기만 하면 국각 키워준다니 출산의 반은 사생아일 정도로 무책임한 미혼부모만 늘렸다.”(과도한 복지가 ‘가족해체’부른다. 2010. 10. 한국경제신문)

4. 출산도 육아도 개인의 선택이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목표다(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일하는 여성을 위한 국가의 역할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육아는 결코 국가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엄마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 아이를 키울 것인지,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할 것인지. 둘 다를 지킬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하던 미련이 남고 힘든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여성의 삶이다.

뛰어난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다면 국가 경쟁력의 훼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 여성을 놓친 그 직장의 손해이지, 그것이 국가 전체의 손해가 될 수 없다. 능력있는 워킹맘을 붙잡고 싶다면 국가의 의한 강제가 아닌 기업 스스로 워킹맘 고용을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저출산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삶을 즐기겠다는 개인의 선택을 국가가 강제로 바꿀 수 없다. 복거일이 지적했듯이 불행하게도, 삶을 즐기는 데 좋은 시기와 자식을 낳아 기르는 데 좋은 시기가 겹친다.

“임시 적기인 20대에 여성들은 삶을 즐기거나 즐기기 위한 준비에 바쁘다. 그래서 현대 여성의 가임기는 실질적으로 절반이하로 줄어들었다. 대학을 나와 직장을 얻어 결혼을 위한 저축을 좀 하고 나면 스물 예닐곱이 된다. 게다가 교육 기간은 늘어나고 직장의 중요성은 커지므로 결혼 연령은 점점 높아진다. 자연히 자식들의 수가 줄어든다. 출산을 장려하는 보조금과 같은 조치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어떤 발랄한 현대 여성이 보조금 때문에 어머니처럼 자식들을 일찍 낳겠다고 마음먹겠습니까. 삶을 즐길 기회들이 끊임없이 밀려와서 시간이 너무 부족한 판에.” (복거일의 자유롭게 한 걸음)

   
▲ 마가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재임 시절,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사회에 전가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회가 누구예요? 사회? 그런 건 없습니다! 개인으로서의 남자와 여자가 있고, 가족들이 있는 것뿐입니다. 정부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을 통해서만 일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5. ‘내 삶은 스스로 책임진다’는 자유주의 정신이 절실

‘여성’을 위한다는 정책의 대다수는 ‘개인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을 국가가 대신해주겠다는 복지국가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여성운동’보다 ‘나와 내 가족의 문제는 나와 내 가족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자유주의 정신을 확대하는 운동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무상급식이 제기 됐을 때, 부모들은 ‘내 아이의 밥은 내가 책임지겠다. 내가 못 먹고 못 입더라도 내 아이만큼은 굶기지 않겠다’는 정신으로 맞서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누군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국가해주겠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무상보육 확대로 발생한 최근의 어린이집과 같은 사태를 더욱 양산할 뿐이다.

국가가 나서야 할 여성의 문제가 있다면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기고 일터에 나야가하는 여성,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을 보살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가족, 내 삶을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강한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