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에 오른지 44년만에 물러나…밀어내기·외조카 황하나 사건 등도 사과
[미디어펜=유진의 기자]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국민과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회장직을 내려놨다. 그러면서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른지 44년만에 물러났다.

   
▲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사진=미디어펜


홍 회장은 4일 오전 10시께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먼저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2013년 회사의 물량 밀어내기 논란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최근 사태를 수습하느라 이러한 결심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홍 회장은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됐으니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살을 깎는 혁신으로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4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불가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혼합해 원숭이 폐에 주입했더니 바이러스의 77.8%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연구 결과 발표 다음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해 한때 전거래일 대비 28.6%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5일 남양유업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에 경찰은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세종시는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번 남양유업 대국민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 이후 3번째다. 8년 전엔 김웅 당시 남양유업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 등 10여명이 공식 사과했지만 홍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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