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제태크' 신조어…재건축·재개발 가능성 있는 노후 주택에 실거주 감행하는 2030세대
[미디어펜=이다빈 기자]#20대 A씨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매수)로 마련할 집으로 40년이 넘은 아파트를 골랐다. 곰팡이와 결로가 심한 낙후된 집이지만 재건축만 이뤄지면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곳이라 '견디며' 살다가 재건축 됐을 때 시세차액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30대 신혼부부 B씨가 원하는 분양권 매수를 위해 택한 방법은 보유하고 있던 2주택 중 하나는 매도하고 다른 하나는 전세를 내놓으며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내와 어린 자녀와 함께 열악한 빌라에 월세살이로 살며 주거 고정비용도 나가게 됐지만 "훗날을 위해서는 방법은 이것 뿐"이라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매수하자는 '패닉바잉'과 더불어 향후 부동산 취득을 위해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거주를 계속하자는 '몸테크'도 이에 따른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몸테크는 '몸'과 '제테크'의 합성어로 몸으로 버티며 부동산 제테크를 하자는 의미의 신조어다. 

부동산 시장에 뛰어 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몸테크는 외풍‧소음‧녹물‧곰팡이 등 불편한 주거 환경을 불사하고 향후 더 나은 부동산 취득을 위해 노후 주택에 실거주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전셋값과 매맷값이 동반 상승하며 생긴 현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 대비 0.09% 올라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지난달 첫째 주까지 완화 되는가 싶었지만 4·7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달 둘째 주 0.07%로 반등한 데 이어 4주 연속 상승폭을 키워오고 있다.

몸테크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재건축‧재개발을 노리고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노후 주거지에 거주하는 경우다. 계획대로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진다면 새 아파트와 시세차액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주요 재건축 단지가 아파트 매맷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임기를 시작하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며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장 과열이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조치를 취했지만 지난달 27일 효력 발생 후에도 주요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주 역시 강남구(0.14%)에서 압구정‧개포동 등 재건축 기대감 있는 단지 위주로, 영등포구(0.15%)에서 여의도동 구축 단지 위주로, 양천구(0.12%)에서 목동 신시가지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뚜렷했다. 

일부 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몸테크를 감수하기도 한다. 갭투자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세를 놓고 본인은 주거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른 주택에서 월세 등으로 실거주하는 경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몸테크를 불사하는 수요자들에게 투자를 위한 실거주에 신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직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완화될 구체적인 신호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실거주하며 기다리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라며 “갭투자 역시 정부의 부동산 기조로 전세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성공할 수 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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