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부적절 신용등급 판정이 시스템 위험 유발 가능성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나비효과'로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독과점 구조'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신평사들의 부적절한 신용등급 판정이 새로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시스템 위기 유발,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사진=무디스 웹사이트


지난 3월 10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에티오피아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주요20개국(G20) 주도의 채무원리금상환유예조치, 채무조정공동체계에 따른 민간채권단의 채무조정 관련 리스크를 들었다.

그러나 G20의 채무원리금상환유예조치는 코로나19 사태 경제 및 금융 충격으로 단기적으로 재정 여력이 약화된 저소득 국가를 지원하는 것이며, 채무조정공동체계는 저소득 국가들이 중.장기적으로 재원 조달 및 채무상환이 가능토록 하는 채무조정을 진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디스는 에티오피아의 채무조정 추진은 민간 채권단의 손실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신용등급 강등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제 및 금융위기 악화에 직면한 저소득국가들은 신용등급 강등 현실화는 채무조정 난항, 채무불이행 위험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국제신평사들의 막대한 시장지배력이 공정하게 행사되지 못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시스템 위험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신평사가 채권평가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1%에 달한다.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3대 신평사는 시장지배자이자 시장조성자로서, 각종 금융자산의 가격결정과 포트폴리오 편입, 자본비용 등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파산한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의 부정회계 사건으로, 이들 신평사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거품 붕괴' 당시에도, 3대 신평사들은 정확한 신용등급 판정에 실패했고, 긴축 재정을 중시한 신용등급 인하로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3대 국제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판정 실패 반복은 독과점 구조에 따른 '경쟁 유인 부족' 뿐만 아니라, 발행자 수수료지급 사업모델에서 기인한 '이해 상충 발생'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상대적을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평사를 선호하게 되는데, 발행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신평사들은 발행기업들의 '등급 쇼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제신평사들의 부적절한 신용등급 판정이 새로운 국제금융시장 시스템 위험 발생과, 세계 경제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에티오피아의 사례 처럼, 신용등급 판정의 '경기순환성'은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 국가들의 국제금융시장 접근성을 제약하고, 차입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고서는 들었다.

이어 "이런 국제금융시장의 시스템 위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G20 주도의 채무원리금상환유예조치 및 채무조정공동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신용등급 유예조치를 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로 국제신평사들의 독과점 구조 및 이해상충 해소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는 국가 및 회사의 신용도 평가를 객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독립.공적 신용평가기관의 설립을 제안했다.

금융연구원은 "이런 공적신용평가기관이 설립될 경우, 3대 국제신평사 등 민간신용평가시장의 효율성 제고 및 구조 개혁 등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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