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터폰에 광부들의 가족사진과 응원 메시지 등 담아

탄광 붕괴로 고립돼 극적으로 구조된 칠레 광부들에게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큰 힘이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3일 탄광 붕괴사고 6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칠레 광부들이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가족사진과 축구경기를 보며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삼성전자 기업 블로그 '삼성투머로'에 따르면 지난 8월5일 칠레 북부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던 광부들이 생존소식이 알려진 직후 삼성전자의 프로젝터폰(GT-i7410)을 칠레 정부로부터 제공받았다.

당시 칠레 구조대는 붕괴 지역에 구멍을 뚫어 지름 8㎝ 크기의 금속 캡슐 '팔로마'를 지하로 내려보냈다. 스페인어로 비둘기라는 의미의 팔로마에는 물과 음식ㆍ의약품 등과 함께 각종 놀이기구와 카드, 삼성전자의 프로젝터폰 등이 들어갔다. 구조되기까지 오랜 기간 지하에서 생존해야 하는 만큼 정신력을 지탱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른 조치였다.

칠레 정부는 프로젝터폰에 광부들의 가족사진과 칠레 광산업 장관의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광부들이 평소 축구를 좋아한 점을 고려해 칠레 축구대표팀과 우크라이나의 친선 축구경기도 넣었다. 축구경기를 시청하면서 매몰 광부들의 단결력이 높아지고 눈 운동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광부들은 프로젝터폰을 이용해 수시로 가족들의 사진을 보는 한편 영화까지 감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과 칠레 현지 매체인 엘메르쿠리오ㆍ메가 등에도 일제히 보도됐다. 당시 하이메 마날리치 칠레 보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터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놀랐다"며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아 '팔로마' 투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부들에게 지급된 프로젝터폰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시장에 선보인 제품으로 국내에도 '햅틱빔(SPH-W7900)'이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됐다. 제품 상단에 800대1의 명암비를 지원하는 고성능 프로젝터를 탑재해 휴대폰에 저장된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최대 50인치 크기로 확대해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