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추락…기업공개 열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 '위험'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중복청약’ 막차로 불리며 8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증거금을 끌어모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1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했다. 증권가에서는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두배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은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 한국거래소가 11일 오전8시30분부터 서울사옥 신관로비에서 개최한 2차전지 분리막 제조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SKIET는 개장 직후 큰 폭으로 떨어져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 불패 신화도 끝이 난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날 오전 11시 5분 기준 코스피에서 SKIET는 시초가 21만원 대비 23.33% 내린 16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시가총액은 1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코스피시장 31위(우선주 제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가는 장시작 직후 소폭 상승했지만 곧 하락 반전해 낙폭을 키워 나갔다. 오전 9시 23분께는 24.52% 내린 15만85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SKIET는 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해 설립된 자회사다. 리튬이온 2차전지 필수 소재인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다. 

SKIET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축차연신과 CCS 코팅과 같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얇으면서도 튼튼한 분리막을 생산해내는데 성공,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SKIET는 앞서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는 무려 8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의 증거금을 기록을 새로 쓰며 성공적으로 IPO를 마쳤다. 

증시 입성 전부터 시장을 떠들썩 하게 만든 SKIET지만 첫날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아직까지 주가는 공모가(10만5000원)을 50%넘게 웃도는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장 시작 직후 SKIET 시가에 매수했다는 30대 이모씨는 “장 시작하자마자 당연히 따상을 기대하고 시가로 100주를 샀다”면서 “역대 최대 증거금을 모았다고 하고 따상까지는 무난하게 갈 것이라는 예상을 믿었는데 손해가 커서 팔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증권가에서는 SKIET의 적정주가가 10만원 중반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14만8000원, 메리츠증권 18만원, 유안타증권 10~16만원으로 SKIET의 적정 주가를 제시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IET가 따상에 성공했을 경우 시총은 19조5000억원 수준으로 코스피 시총 23위 엔씨소프트를(18조5731억원)을 넘어서게 된다”면서 “지난해 매출액 4693억원, 영업이익 1252억원을 기록한 SKIET의 시총이 같은 기간 매출 2조4162억원, 영업이익 8248억원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를 앞선다는 건 상당히 고평가 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IPO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면서 “공모주 청약을 받은 투자자에게는 수익을 안겨줄 수 있겠지만 단순히 ‘따상’ 등의 용어에 홀려 추격 매수를 하는 등의 행위는 투자라기 보단 도박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