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 KT·LGU+ 등 국내 사업자들과 막판 협상 조율 중
디즈니, 한국 진출 따라 웨이브서 자사 콘텐츠 뺄 가능성 높아
업계 1위 넷플릭스와 혈투 가운데 국내 OTT 시장 잠식 우려 커져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진출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한 제작사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5년 동안 매년 1편 이상의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한 디즈니 플러스는 통신사들과 제휴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하는 프로그램 브랜드들./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11일 OTT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는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해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 사업자들과 믹판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은 제각각 OTT 브랜드를 갖고 있으나 넷플릭스에 번번히 밀리는 형편이다.

실제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해 기준 330만명, 매출은 4000억원을 상회한다. 넷플릭스가 단시간 내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코로나19로 인한 '방콕 생활'발 수요 폭증도 있으나 근본 원인은 '킹덤' 등 고품질 오리지널 콘텐츠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디즈니 플러스의 진출이 가까워질수록 웨이브 등 토종 OTT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외산 OTT 혈투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디즈니 플러스는 모기업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수많은 IP(지적 재산권)을 이용해 전세계 그 어떤 OTT 회사보다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 유일한 존재로 평가된다.

디즈니 플러스는 8000여편의 TV 시리즈와 영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서비스 출시 16개월만에 구독자 1억명을 넘겼다. 이는 5년 내 6000만~9000만명을 끌어모으겠다는 계획 대비 빠른 속도로 목표치를 달성한 셈이다. 넷플릭스가 1억 구독자를 이루는데에 10년 남짓한 세월이 걸린 것을 보면 디즈니 플러스가 가공할만한 위력을 갖췄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101마리 달마시안·미키 마우스·겨울왕국·주토피아 등 가족형 콘텐츠에서 큰 강점을 나타낸다. 이 외애도 픽사·마블·스타워즈·내셔널 지오그래픽과 같은 브랜드를 갖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이 탄탄하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넷플릭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한 바 있지만 지난해 계약이 만료되자 전량 철수했다. 이후 계획대로 넷플릭스가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오자 디즈니 플러스를 세운 것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행보는 소비자들로선 환영할 일이나 현업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넷플릭스로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는데 설상가상으로 디즈니 플러스까지 국내에 상륙하게 되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웨이브는 디즈니 콘텐츠를 서비스 하고 있지만 디즈니 플러스가 넷플릭스의 사례처럼 자사 콘텐츠를 모두 빼버리는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간 웨이브 시청률 상위권 콘텐츠들./사진=콘텐츠웨이브 제공


한편 SK텔레콤이 최근 1000억원을 유상증자한 웨이브 역시 오는 2023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제작 투자를 진행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 콘텐츠 '모범택시', '보쌈-운명을 훔치다' 등 방송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고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디즈니 콘텐츠를 향유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월등히 많고 국내 OTT 업체들은 투자 시기도, 규모도 크게 밀린다. 이와 같은 이유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라는 연속 강타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국내 OTT 시장은 관련 외국 기업들에 잠식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디즈니 플러스 내에는 '스타'라는 브랜드가 있고, 여기에 인기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들어갈 예정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도 부족한 판에 국산 인기 콘텐츠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같은 연유로 웨이브·티빙·U+모바일 등 국내 OTT 기업들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져있다. 현실적인 대안은 외산 OTT 기업들이 인기 국내 콘텐츠를 선점하기 전에 들여오고 각 이동통신사들의 투자액을 늘리는 것을 생각해볼 수 았다. 3개 브랜드 대통합을 통한 대응책도 고려해볼 수 있는 만큼 국내 OTT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