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공개 화보집에 트럼프·시진핑 등 각국 정상과 회담 사진 수록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사진에서도 남한 정상은 없어
정성장 “의도적 삭제…북 대남관 달라졌다면 상응해 정책 수정해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활동을 정리한 화보집을 발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은 쏙 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등 각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갖거나 회동한 내용은 다 포함하면서도 2018년 4월, 5월, 9월 세차례 개최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내용과 사진은 전혀 싣지 않았다.

심지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가진 남북미 3국 정상 회동 내용을 다루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모습만 실었을 뿐 문 대통령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집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12일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걸어가는 모습./사진=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12일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해외 정상과 만난 사진을 담은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공개했다. 발행 일자를 ‘2021년 5월’로 표기한 이 화보집은 150여 페이지에 달한다.

특히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조미(북미) 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악수하는 모습부터 실제 회담 장면, 공동성명 서명 모습, 회담장 전경, 기념 주화·우표, 회담 소식을 전한 현지 신문의 사진까지 실었다.

협상 결렬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제2차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집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12일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사진=외국문출판사 화면 캡처

같은 해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순간’ ‘놀라운 사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당시 사진이 화보집에 10장 수록됐으나 이날 함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에는 “미국 현직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토를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또 “뿌리 깊은 적대 국가로 반목·질시해온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활동 화보집을 발간하면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악수하는 모습 소개하면서 당시 소식을 전한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 지면함께 실었다./사진=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이번 화보집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외관계에 남북관계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의 성과없는 중재 활동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해설이 뒤따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대외관계에 남북관계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도 분명히 함께 있었다”며 “그런데 이 화보집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이 걸어가는 사진에서 문 대통령 부분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현재 북한이 이처럼 남한의 역할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것을 한국정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대남관과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면 남한의 대북관과 정책도 그에 상응해서 수정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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