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영사관이 보호를 제대로 해 주지 않아 중국 당국에 적발돼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이강산(북에서 사망) 씨의 남한 가족들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최정인 판사는 25일 이 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3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정은 이렇다. 이강산 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납북됐다. 그에게는 북한에도 가족 3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지난 2006년 탈북했다. 중국에 체류하면서 이들은 남한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소식을 전해들은 이씨의 동생(남한 거주)은 중국으로 건너갔다.

결국 북한 가족들의 신병은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넘어갔지만 영사관 직원은 이들을 ‘민박집’에 머물게 했다. 그러던 중 정국이 경색돼 중국 공안당국의 대대적인 검문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이 씨의 북한 가족들도 검거돼 중국 단둥에 억류됐다가 북송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그래서 이 씨의 남한 가족들은 "국가가 국군포로 가족보호를 소홀히 했다"며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최정인 판사는 판결문에서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국가가 그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안이한 신병처리와 실효성 없는 외교적 대응을 했다"고 지적하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외국의 주권이 미치는 곳에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현실적 한계가 따르고, 중국 공안당국의 검문조치가 우발적이어서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