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입니다’. 오늘날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한 가지 꼽는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똑같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모두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군의 종류를 확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아져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여기 동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독특한 전략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시장을 지배하는 '물건'들이 있어 주목된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 <이어서>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머스탱은 1964년 4월 뉴욕세계박람회에서 1964½년형 이 일반에 첫 공개됐다.

당일에만 2만2000대의 머스탱이 선주문됐고 출시 100일만에 10만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머스탱의 인기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 영화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에 등장했던 포드 머스탱/영화 공식 포스터

2년 만에 세 곳의 포드 공장에서 150만대의 머스탱이 생산됐다. 가격은 당시 쉐보레 콜벳의 절반인 2300달러 선에 불과했다. 6종류의 다양한 색상도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첫 번째 머스탱은 빨간색의 실내 장식을 한 흰색 컨버터블로 1964년 3월 미시간 주 데어본(Dearborn)에서 생산됐다.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해 포드 팔콘(Falcon)에 쓰이던 섀시와 서스펜션, 프레임 등을 차용했다.

전체적인 차체 길이는 팔콘과 동일했지만 휠베이스(2740㎜)는 380㎜ 가량 짧았다. 폭은 1732㎜로 팰콘보다 61㎜ 짧았다. 6기통 엔진의 차체 중량은 1162㎏, V8엔진 모델은 1360㎏이다. 엔진은 2.8ℓ 101마력과 V8 4.2ℓ 164마력, V8 4.8ℓ 210마력 등이었다.

이듬해인 1965년에는 당시 최고의 레이서 중 한 명이자 AC 코브라로 유명했던 캐롤 쉘비(Carroll Shelby)와 함께 개발한 ‘머스탱 쉘비 GT350’을 내놓으면서 고성능 모델로서의 이미지를 쌓기 시작했다.

개조에 참여했던 쉘비는 섀시와 하체를 대대적으로 교체했으며 V8엔진의 출력도 300마력 이상 높였다. 쉘비 GT350의 제로백은 6.3초, 최고속도는 210㎞/h로 끌어올렸다.

머스탱의 성공은 업계의 경쟁을 불러왔다. 쉐보레는 1967년 머스탱과 여러모로 유사한 신차 카마로(Camaro)를 내놨다.

140마력 3.8ℓ 엔진을 장착한 카마로는 데뷔 첫 해에 무려 22만대 이상 판매되며 머스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자 포드는 1968년 315마력의 6.4ℓ 엔진을 얹은 신형 머스탱을 새롭게 출시했다. ‘빅 블록’ 엔진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던 이 머스탱은 그해 스티브 매퀸(Steve Mcqueen)주연의 [블리트]에 등장하며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에 들어 머슬카의 시대도 저물기 시작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과 치솟는 보험료,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머스탱을 비롯한 머슬카의 판매는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엔진의 사이즈와 출력, 차체 크기가 줄어들었고 머슬카의 대명사인 V8엔진도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미국인의 드림카답게 머슬카, 특히 머스탱은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출시 44년을 맞은 2008년 4월, 머스탱은 전 세계적으로 900만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올 3월에는 2013년형 포드 머스탱 GT와 쉘비 GT500를 내놓으며 여전히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1970년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의 대항마로 플리머스 바라쿠다(Barracuda)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닷지(Dodge)의 챌린저(Challenger)가 등장했다. 쿠페와 컨버터블의 2가지 타입으로 출시된 챌린저는 V6 145마력 엔진부터 헤미엔진의 V8 7.0ℓ, V8 7.2ℓ(390마력)까지 선택이 가능했다.

머스탱을 계기로 시작된 이들의 경쟁은 한편으로 미국 자동차업계의 전성기라 할 만했다. 특히 이 시대를 가리켜 머슬카의 시대라고도 부른다. ‘근육질’의 힘센 자동차를 뜻하는 머슬카는 힘을 우선시하는 미국적인 자동차를 일컫는다.

보통 V8 엔진에 고배기량의 크고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고 자동차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일반 도로 자동차 경주(street racing)나 드래그 자동차 경주(drag racing: 짧은 거리에서 속도로 경쟁하는 경주)에서와 같이 가속력이나, 특히 토크에 역점을 두고 만들어진 중·소형차를 가리킨다.

특히 머스탱의 영향을 받은 소형 스포츠카들이 이후에 잇따라 출시되는데, 이들을 가리켜 조랑말이라는 뜻의 포니카라고도 부른다.

미국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머스탱은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영화에도 줄곧 등장했다. 1965년형 머스탱 컨버터블이 등장한 제임스 본드의 [007 썬더볼 작전]에서부터 1967년형쉘비 GT500이 등장한 [식스티 세컨즈]를 비롯해 [패스트 & 퓨리어스]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 영화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에 등장했던 포드 머스탱/영화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