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용환 기자] 금품로비를 통해 가전업체 모뉴엘이 시중은행 10곳으로부터 3조4000억원 규모의 사기 대출을 받은 것을 드러났다.

   
▲ /자료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모뉴엘 대출사기 및 금품로비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 4명,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임직원 6명, 한국수출입은행 현직 간부 2명, 세무공무원 1명 등 총 14명을 사법처리했다고 25일 밝혔다.

또한 박홍석 대표(52·구속기소)와 신모 부사장(49·구속기소), 강모 재무이사(42·구속기소) 등 모뉴엘 전·현직 임직원 4명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모뉴엘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조계륭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60)과 한국수출입은행 비서실장 서모씨(54)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사무소장 이모씨(54)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미국으로 도주한 정모 전 무역보험공사 영업총괄부장(47)을 기소중지했다.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국외재산도피 혐의 외에 박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허위유가증권 작성, 뇌물공여, 배임증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혐의 등이 추가됐다.

검찰에 따르면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박 대표는 저가 홈씨어터 컴퓨터(HTPC)를 고가에 해외로 수출한 것처럼 속여 10개 시중은행에 허위 수출대금 채권을 매각하고 총 3조4000억여원을 대출받았다.

수출대금 채권의 상환기일이 다가오면 또 다른 허위수출을 일으켜 대출받은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수입업자에게 송금, 수입업자가 수출대금을 결제하도록 해 박 대표는 허위 수출실적을 숨겼다.

특히 실제 물건을 선적하지 않고도 마치 물건을 실은 것처럼 허위 선하증권을 발급했고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현지 실사를 받을 때에는 마치 제품을 생산중인 것처럼 가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허위 수출입거래 전액을 매출액과 순이익에 포함시키는 수법으로 박 대표는 2008년~2013년 매출액 2조7000억원 상당을 과다계상하는 등 분식회계한 사실이 드러났다.

허위 수출실적으로 모뉴엘은 무역금융을 지원받기 위해 전방위 금품로비를 벌였고 무역보험공사는 부장부터 이사, 사장까지 줄줄이 로비대상이었다.

박 대표의 뇌물공여 액수는 총 8억600만여원이다. 검은 돈은 수출보험 총액 한도 증액, 대출한도 증액, 세무조사 편의 제공 등의 청탁 명목으로 2011년 4월부터 3년2개월동안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세무공무원에게 흘러들어갔다.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이 현금 814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제공받았고 이모 전 이사는 1억5190만원 상당의 금품과 500만원 상당 기프트카드를 받아 썼다.

미국으로 도주한 정모 전 부장은 미화 8만5133달러와 2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받았고 서모 수출입은행 비서실장 9700만원, 허모 전 무역보험공사 부장 6000만원, 오모 역삼세무서 과장(52) 30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금품로비 수법도 다양했다. 담배갑 등에 500만~10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넣어 건네거나 과자박스·와인상자·티슈통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을 넣어 한 번에 3000만~5000만원씩 전달했다. 특히 해외 계좌만 이용하며 자금추적을 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한 모뉴엘의 협력업체와 허위 고문계약을 체결해 매달 고문료 명목으로 뇌물을 건네거나 국책금융기관 직원의 자녀를 모뉴엘 사원으로 취업시켜주는 등 관피아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금품로비에 국책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검찰 수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모뉴엘이 악용한 무역보험에 대한 심사는 해외 수입자 신용등급과 시중은행이 통지하는 결제 실적에 전적으로 의존할 뿐 수출계약의 진위에 대한 실질적 심사기준이 미흡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모뉴엘의 파산으로 5500억원 상당이 대출금 상환이 불능 상태로 국책금융기관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손실로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무역보험공사의 보험·보증액은 3428억원에 이른다.

미상환금은 대부분 기업합병(M&A) 자금이나 회사 운영비, 연구개발비, 제주 신사옥 건축, 커미션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모뉴엘은 수출 장려 정책에 편승해 국책금융기관으로부터 무역보험·수출금융 한도액을 증액받아 자금을 편취했다. 7년간 해외 수입업자와 공모해 허위 결제 실적을 토대로 계속적인 한도액 증액을 요청함에도 실질적인 심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