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강력한 추진력과 조직장악력으로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은 황영기 신임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의 회원사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황 신임 회장은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거물’ 이미지를 벗고 회원사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 신임 회장은 선거 기간 동안 ‘힘 있는 협회’ 뿐 아니라 ‘섬기는 협회’도 강조했다. 힘 있는 협회 공약에서는 그간 금융투자업계의 숙원인 세제지원 강화,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한편, 섬기는 협회 공약을 통해서는 그간 업황악화로 고사상태에 놓인 회원사들과 고통을 분담하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황 회장의 의지는 공약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선거 때 회원사에 배포한 공약집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파생상품 적격 개인투자자 자격 완화, 증권사 콜 차입 재허용 등 제도 개선 추진을 약속했다.

특히 현재 투자액의 0.3%인 증권거래세율의 인하와 은행(0.08%)보다 높은 증권사 예금보험율(0.105%) 인하 등 세제 혜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제한적인 증권사의 외환업무 취급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세제 혜택은 침체에 빠진 업계를 살릴 수 있는 묘안으로 여겨졌지만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에서 제외되면서 실망을 안겼다. 황 신임 회장은 취임이후 정부·국회·언론 등을 상대로 그간 쌓아온 자신의 협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금투협을 ‘섬기는 협회’로 만들고자 하는 공약이다. 황 신임 회장은 일단 금투협회장의 연봉부터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사 등이 금투협에 납부한 회비 약 430억원 중 금투협회장 연봉 지출은 약 5억3200만원에 달했다. 이 중 2억8000만원가량은 기본급으로, 나머지는 성과급(기본급의 100% 이내) 명목으로 지급됐다. 대규모 구조조정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황 신임 회장은 협회장 및 임원의 성과급을 금투업계 실적과 연동시키고 평균 연봉을 높이는 부회장직제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황 회장은 일정이 가능할 경우 30분 전에만 연락을 주면 언제든 만나겠다는 '30분 전 협회장 미팅예약제'도 실시할 예정이다. 협회가 중소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업권별 회원사와 직접 소통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황 신임 회장의 적극적인 회장 역할에 기대가 크다. 정부 등에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며 “회원사와의 소통도 만남을 정례화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