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부채율, 전년 동기비 5배 폭증
에어부산 1750%…영구채·유증으로 낮아져
제주항공, 자기자본 줄어 1년 새 222%↑
티웨이항공 886%…지난해보다 2.5배↑
대한항공, 호실적 내고도 미국 자회사·호텔에 발목 잡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항공사들의 여객사업 재개 역시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재무 구조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1분기 국내 항공업계에서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낸 대한항공은 미국 현지 자회사의 부진한 실적 탓에 재무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 진에어·에어부산·제주항공·티웨이항공 로고./사진=각 사 제공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진에어의 부채는 약 4646억원, 부채비율은 17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대비 17.93배 큰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분기 359% 대비 부채율이 5배 가량 폭증했다.

부채 규모 자체는 5142억원에서 4646억원으로 496억원 감소해 외견상 개선된 듯 보인다. 그러나 자기자본은 1432억원에서 259억원으로 1173억원이나 줄어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에어부산의 1분기 부채비율은 진에어와 비슷한 1750%로 집계됐다. 영구채 발행·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이 463억원에서 539억원으로 늘어나 부채비율이 다소 낮아졌다.

제주항공도 자기자본이 쪼그라들며 부채비율이 1년새 483%에서 705%로 수직상승했다. 1년 내로 제주항공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총 1761억원이다. 여기에 유동성 리스 부채 1138억원까지 더하면 제주항공의 상환 차입금은 3000억원 가량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티웨이항공 부채비율 또한 886%로 2.5배 넘게 증가했다.

부채 규모 자체는 지난해 대비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자기자본이 줄어든 탓에 생긴 결과다.

국내 LCC 대부분은 자본 잠식 상태에도 처해있기도 하다. 자본잠식률은 △진에어 42% △에어부산 34% △제주항공 29% 등으로 나타났다. 항공 주무부처 국토교통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자본잠식률이 1년 넘도록 50% 이상인 항공사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명령이 가능하다. 이후에도 같은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될 경우 항공 사업 면허를 취소 조치도 내릴 수 있다.

   
▲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재무구조에 대한 압박은 LCC 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업계 '우등생' 대한항공에도 해당된다.

대한항공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서귀포 칼(KAL)호텔·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부·칼 리무진(KAL LIMOUSINE) 사업부를 매각했다. 이 결과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7925억원, 영업이익은 1016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전년말 대비 340%p 감소한 294%로 재무 안정성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국임에도 화물 운송이 버텨줘 준수한 성적표를 거뒀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호텔 '윌셔 그랜드 센터' 탓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해당 호텔 운영을 맡고 있는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의 2분기 연속 대규모 손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 3974억원과 4분기 3369억원 등 총 7343억원 규모다. 이 회사 지분 100%는 대한항공의 몫이다. 그런 만큼 손실도 고스란히 온전히 대한항공이 부담하게 돼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야경./사진=윌셔그랜드센터 제공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마스터 피스 격인 윌셔 그랜드 센터는 2017년 개장한 이래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 16일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 상환차 9억5000만달러(당시 한화 약 1조1214억7500만원)을 조달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한진인터내셔널은 윌셔 그랜드 센터를 담보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으로부터 3978억원을 빌려왔다.

이와 관련,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지난해 12월 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며 (한진인터내셔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기업 가치가 떨어져 매각 작업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인터내셔널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219억원. 최초취득가 1조1000억원의 1.9%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는 미국 호텔업계 불황이 윌셔 그랜드 센터 실적 악화를 불러온 점이 대한항공에 손상차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해석한다.

7343억원에 달하는 한진인터내셔널의 손상차손은 모기업 대한항공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더군다나 손상차손은 영업외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당기순손실을 가중시킨다.

앞서 언급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차입금 상환 만기는 2022년 12월 4일로 설정돼 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1년 7개월 내 3978억원을 마련해야 하나 모기업 대한항공이 무리할 경우 동시에 휘청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사장을 위시한 대한항공 경영진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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