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민간시장 인사개입은 지나친 ‘월권’…지배구조 투명화 충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방지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법으로 방지함으로써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보호하는 한편,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영진을 선임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는 법안 발의를 두고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국회가 민간시장에서의 인사문제까지 개입하는 건 지나친 월권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 국회 본회의장 / 사진=미디어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막는 내용의 금융지주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위원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현행법은 임추위에 대해 ‘3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이사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외이사’가 얼마나 포함되는 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금융지주사 회장이 임추위에 직접 참여하거나 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임추위가 대표이사의 임기 연장 등을 이끄는 ‘들러리’ 노릇을 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내 금융회사는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에 있어, 경영진 견제보다는 경영진 의사결정을 합리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사가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지배구조가 건강해야 한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보호하고, 금융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영진이 선임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생각과 달리 민간 금융권에서는 다소 차분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시중 금융지주사들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약 2010년대부터 임추위‧회추위 등에 사외이사를 대거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년 전부터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법안요건을 갖추고 있어, 어느 때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자랑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2017년께 (회장이 이사회에) 관여한다거나 유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적으로 완전히 바꾸라는 정부 권고가 있었고, 그전에도 준비해 왔다”며 “당시 회장이 자진해 후보군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이사회에서 완전히 빠질 것을 지시하는 등, 개입을 원천 방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임추위와 회추위는 (법안 요건보다 많이) 사외이사가 갖춰져 있어, 무리가 없을 거로 본다. 회추위는 회장이 빠진 상태이며, 계열사 임추위도 마찬가지다”며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요건을 갖춘 것으로 아는데, 아직 못 갖춘 곳이 있어서 법안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도 “아주 과거에는 회추위에 회장들이 들어가서 셀프연임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면서도 “요즘 ESG경영 등 지배구조 투명성이 워낙 중시되고 있는 터라, 요건보다 훨씬 까다롭게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셀프연임 논란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됐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주주사인 예금보험공사가 찬성한 게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저희가 개입해서 은행장과 지주회장을 결정하면, 또 다른 폐해가 있다”면서 “주주들이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답한 바 있다. 

이어 “과거를 돌이켜보면 금융위가 개입해 폐해를 일으킨 부분도 있어, 가급적이면 주주들이나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부분이 좋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와 이사회가 금융지주 회장들을 잘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민간금융시장 개입이 극에 달한 상태로 진단하며, 법안 발의로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책 금융기관이면 몰라도, 민간 금융사 CEO까지 어떻게 뽑으라 간섭하는 건 월권이라 생각한다”며 “부정한 방법을 쓰거나 법을 어긴 게 아니라면, 국회가 법령을 만드는 식으로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특히 금융권에 대한 간섭이 굉장히 심한 편”이라며 “사외이사는 전문가로 편성해야지, 비전문가를 넣고 거버넌스나 오너십을 얘기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ESG경영에 따른 지배구조 강화 요구에 대해서도 강 교수는 “(ESG에서의) 거버넌스는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높이거나 직무를 다양화하는 식으로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차원이지, 정부가 개입하라는 게 아니”라며 “정부가 스튜어드십코드 등 거버넌스를 강조하면서 지명인사를 보내려 하는데, 그게 ESG를 뜻하는 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