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경고 제적당하자 부모와 말다툼 후 목숨 끊어

학교에서 제적을 당한 서울대생이 자취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6일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씨(24)가 지난 16일 관악구 봉천동 모 오피스텔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져 있는 것을 연락이 두절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씨의 누나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발견 당시 오른쪽 목이 칼에 베여 피를 흘린 채 침대에 누워있었고 주위에는 소주병과 음료수, 주방용 칼 등이 놓여있었다.

경찰은 CCTV 판독 결과, 이씨의 방에 침입한 사람의 흔적이 없는 점, 또한 저항 흔적도 없어 타살로 의심하기 어렵다며 자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단정 지었다. 유족들 역시 부검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씨는 2004년 서울대 공과대학에 진학해 3학년까지 다녔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2007년 다시 수능시험에 응시해 2008년부터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재학해왔다. 하지만 수의과대 진학 이후에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자주 결석했고 같은 과 학생들과도 어울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결국 지난 학기 4번째 학사경고를 받고 제적처분을 받았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이씨는 제적사실을 가족과 친구에게도 숨겨왔지만 최근 부모님이 계신 부산집에 제작통지문이 전달되면서 부모가 알게 됐고, 이 일로 부모와 전화통화로 말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심리적 압박감에 충동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과 지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서울대생의 자살사건은 5월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이 기숙사에서 목을 매 숨진 것을 비롯, 올 들어 교내, 기숙사, 자취방 등에서 4건이나 발생했다. 2005~2009년 사이에도 매년 1~3명의 학생과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