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한국 축구의 전설 ‘차붐’ 차범근(62)도 이루지 못했던 아시안컵 우승을 아들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 서울)가 꿈을 이룰까?

이번 아시안컵 무대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가 태극전사들에게 희망봉이 되고 있다.

차두리는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 받았지만 워낙 큰 아버지의 벽을 넘지 못한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버지 차범근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 선수 생활 초기에는 윙포워드로 활약했지만 2010년부터 오른쪽 풀백으로 뛰면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에 노력했다.

   
▲ 열정락 차두리. 26일 2015 호주 아시안컵 4강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차두리가 이라크 유누스 마흐무드와 볼 다툼을 하고 있다./뉴시스
어디를 가도 따라 붙는 아버지 차범근은 그가 뛰어 넘기엔 너무나 큰 산이었다. 그랬던 차두리가 변했다.

축구대표 인생의 마지막 대장정 아시안컵에서 차두리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두리는 축구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지만 세월을 거스른 듯 거침없는 폭풍 드리볼과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차미네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 천금같은 도움 2개를 올리며 한국을 결승까지 이끌었다. 이제 우승까지 남은 건 단 1게임이다. 27년 만에 결승에 올라 55년 만의 우승이라는 꿈을 향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호에 차두리는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팬들의 환호도 끊이지 않는다. 폭주기관차처럼 내닫는 차두리의 모습에 팬들은 '차두리 앓이'에 빠졌다. 차두리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아쉬움에 그의 은퇴를 반대하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31일 호주와 우승다툼이다. 한국의 아시안컵 27년 한을 풀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차미네이터 차두리로 기억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태극무늬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르지만 차두리의 마침표 없는 열정과 도전은 영원히 축구팬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