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당시 보도자료 작성 과정서 실수"
A 항공사 "정부 정책 신뢰도 떨어져"
하반기 이스타항공 재취항시 "다 죽는다" 공멸 우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당초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삼는 조건으로 제주 노선 인가를 받은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김포국제공항에 취항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는 에어프레미아의 김포 취항에 대해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가 김포-제주 구간에 여객기를 띄우게 되면 경쟁이 심화돼 LCC 업체들이 공멸의 길로 가는 시간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 미국 보잉에서 제작한 에어프레미아 B787-9 여객기./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이르면 7월 경 국내선 취항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공사는 김포-제주 노선 취항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당초 동남아를 첫 취항지로 고려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입출국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국내선부터 운항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LCC 업계에서는 항공 주무부처가 에어프레미아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2019년 3월 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항공운송사업면허 발급 심사시 제출했던 사업계획대로 거점공항을 최소 3년이상 유지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허위 사업계획이기 때문에 면허 취소를 검토할 것이라는 방침도 내비쳤다. 이 때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 에어로케이항공은 청주공항, 에어프레미아에 대해서는 인천공항을 허브로 지정했다.

따라서 에어프레미아는 어떤 노선이든 인천 착발이 의무인 셈이다. 국내 수요가 가장 많은 제주 노선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김포공항에서 여객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LCC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 2019년 3월 5일자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중 일부./사진=보도자료 캡처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각 항공사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은 잘 안다"면서도 "당시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과도하게 강조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항공에만 해당되는 사항에 에어프레미아를 같이 넣어 오타를 냈다는 점을 에둘러 시인한 것이다. 국제선에 취항하는 항공사는 거점 공항을 3년간 둘 의무가 없어 에어프레미아의 김포 취항은 문제가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에어프레미아 운항 증명(AOC) 발급이 진행 중인 만큼 별도 입장을 내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보도자료에서 중대한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정하거나 담당 공무원에 대한 문책도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 관련 업계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꼬집었다.

특히 LCC 업계는 에어프레미아가 특혜를 받게 됐다며 형평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LCC A사 관계자는 "원래는 국내선 운항 경험을 3년 간 쌓고 국제선에 취항토록 했는데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거점 공항을 유지토록 한 것"이라며 "인천공항 역시 예외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현환 당시 국토부 항공정책관도 브리핑에서 거점 공항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항공사업 면허 취소에 해당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며 "이제 와서 에어프레미아에 변경 인가를 내주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보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항공사 관계자는 "국토부 설명이 이해가 안 되지만 에어프레미아의 김포공항 취항은 반칙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면허 동기'인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도 불만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프레미아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두 곳에 취항하게 된 만큼 특혜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보잉의 B787-9 여객기 3대를 들여온다. 최대 309명을 태울 수 있는 만큼 적게는 130여명, 많게는 18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존 LCC들의 기재들보다 월등한 수송량을 자랑하는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LCC 업계는 국토부가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저가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선 시장에 신규 LCC 업체의 거점 공항까지 변경하면서 신규 진입을 허용하면서 시장 난립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 역시 시장 진입 초기에는 덤핑가에 항공권을 팔게 될 것"이라며 "(에어프레미아) 앞뒤로 다니는 여객기는 굉장히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1만원도 안 되는 제주 노선 항공권은 지금도 널렸다"며 "변동비도 못 건져 자본잠식을 초래하는 치킨 게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진에어는 부분 자본 잠식에 들어간 상태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4분기를 넘기지 못하고 자본 잠식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선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왔으나 공급은 50% 이상 늘어나 있는 만큼 항공권 가격은 떨어져 LCC들의 보릿고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또한 올 하반기 중 이스타항공까지 재취항을 하게 되면 LCC 업계 점유율 싸움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