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동맹국들과 추가 제재 조치 조율"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벨라루스 당국이 야권 인사 체포를 목적으로 강제 착륙시킨 항공기에 당초 비밀경찰이 타고 있었다는 추측이 나왔다.

   
▲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뉴스토크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항공기 강제착륙은 국가가 지원한 항공기 납치"라고 규정하며 기내 벨라루스 비밀경찰 탑승을 시사했다./사진=라이언에어 홈페이지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뉴스토크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강제착륙 조치는 국가가 지원한 항공기 납치 행위"라고 규정했다.

오리어리 CEO는 또 "당국 의도는 기자 일행을 내리게 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벨라루스 KGB 요원들이 항공기에 타고 있다가 공항에서 같이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 소련국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해외에 체류 중이던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바 있다.

벨라루스 내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 라만 프라타세비치는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이 여객기를 타고 가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 탓이다.

영국 가디언은 오리어리의 발언은 민스크 공항에서 다른 승객 4명도 내렸다는 보도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프라타세비치가 보안요원들에게 미행당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오리어리는 유럽 항공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벨라루스를 비난하며 유럽연합(EU)에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RTE 방송에 "이는 항공 해적행위라고밖에 부를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는 "아일랜드 항공사에 폴란드에 등록된 항공기이며 EU 국가를 오가던 중이었다"며 "EU가 매우 명확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프라타세비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며 벨라루스 추가 제재 등을 포함, 동맹국들과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브 장관은 또 루카셴코 정권이 민간 항공사 안전을 보장하는 국제 규범을 무시한 것과 관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긴급 회동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라이언에어 강제 착륙 사건은 시카고 협약에서 회원국 간 합의로 이뤄진 '제2 하늘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ICAO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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